선출된 권력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인가?

태인농협 대의원총회 취재후기

  • 입력 2011.08.12 16:30
  • 기자명 박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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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농협 최강술 감사 임원 해임 및 조합원 제명의 건 대의원 재적인원 59명 중 54명 참석에 찬성 49표로 가결. 대의원 45명의 서명을 받아 조합장이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얼핏 보면 민주적 절차를 거친 듯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요식행위일 뿐 모든 것은 결국 힘의 논리대로 이루어졌다.

총회가 열리던 9일. 정읍 태인에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420mm의 폭우가 내렸다. 총회가 시작된 11시 경 이미 태인 농협 앞 도로는 불어난 물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폭우를 뚫고 재적인원의 90%가 넘는 54명의 대의원이 총회장에 모였다.

조합장은 인사말에서 “총회의 의장인 조합장은 인사말에서 어떤 말이든지 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 아무개를 제명하자는 말도 할 수 있다.”며 최강술 감사를 성토했다. 안건 상정 후 안건에 대한 제안 설명도 자료로 대체됐다. 당사자인 최 감사는 간단한 해명발언 후 퇴장하고 안건은 거수로 가결되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조합의 감사를 해임하고 조합원 자격까지 박탈하면서 갑론을박 토론도 없고, 질문조차도 없었다. 해임 및 제명 사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대의원들은 마치 감사를 제명하고자 굳게 결심이라도 한 듯 폭우를 뚫고 농협으로 모였다.

감사가 정기감사를 요청하여 거부당하고, 조합장을 모욕하고 조합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애매한 사유로 조합원 제명까지 당하는 사건도 황당하지만 대의원회가 사안에 대한 어떠한 이성적 논의도 없이 일산천리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조합장이 총회에서 어떤 말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조합장의 말은 마치 ‘어떤 일이든지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법과 제도위에 군림하는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력. 자그마한 시골 농협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을 취재한 후 느낌은 ‘어처구니 없음’에서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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