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반대 집회 나선 홍천 농민들

강원도 골프장 총 82개 중 홍천 13개
유기농인증 취소 불이익도
폭우 아랑곳없이 매주 토요일 열어

  • 입력 2011.08.01 10:00
  • 기자명 강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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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 골프장반대 대책위원회와 홍천군 골프장문제 해결을 위한 개신교 대책위원회는 토요일 오후 4시면 어김없이 홍천읍내 서울약국 앞 사거리에서 골프장반대 기도회를 연다.

홍천 구만리, 동막리, 두미리, 갈마곡리, 괘석리, 월운리의 골프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박성율 목사의 주재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창조질서 보전, 생명의 땅 지키기’ 기도회와 선전전을 벌여왔다.

지난 달 23일에는 특별히 인천시 계양구의 두명의 목사가 참석해 롯데건설의 골프장건설을 백지화시켜내고 많은 생명을 품은 계양산을 지켜낸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도회에서 주민들은 강원도와 홍천군이 골프장 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것과 주민의 뜻대로 도지사 직속 협의체 구성, 골프장 인허가 관련 정보공개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할 것 등을 포함해 전면 재조사를 주장했다.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골프장은 모두 82곳이며, 이 중 홍천군에 위치한 골프장은 운영 중인 곳이 2곳, 공사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골프장이 13곳이다. 강원도 골프장 사업의 3분의 1이 홍천군에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 지난달 16일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장반대 기도회와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하늘다람쥐, 산작약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누락된 채 사업계획이 최종 승인된 구만리. 상수원 취수장과 정수장에 근접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이 허가된 갈마곡리. 홍천군내에서 유일하게 유기축사가 있고 친환경농산물 생산기반시설도 있는 두미리.

유기농업을 해오던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친환경유기농산물인증이 취소된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 하루에 1천톤씩 물을 사용해 마을 식수, 농업용수가 고갈되고, 골프장에서 유출되는 농약으로 마을의 땅과 하천이 농약투성이가 되어버린다.

뿐만아니라 한 마을에서 이웃사촌으로 살아온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등돌리게 만드는 등 골프장건설 예정지가 되면 그 마을은 사람도, 자연도 모두 황폐화 된다는 우려가 깊다.

농업의 터전이자 청정자연 그대로 생태환경을 보존해 온 주민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째 골프장반대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구만리 반종표, 두미리 이지영 대책위원과 함께 지난 4월 단식농성을 벌이다 의식을 잃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던 동면 월운리의 조인자 대책위원은 “홍천군에서는 주민이 행복한 홍천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주민이 행복하려면 주민들의 생각을 군정에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홍천군의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골프장반대 투쟁을 하는 동안 결실도 있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서는 골프장개발 사업자에게 토지강제수용권을 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골프장개발 사업자는 사업부지의 80%만 확보하면 나머지 땅을 강제수용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성지역 주민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2년 6개월만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난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는 골프장건설지역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이 일정정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함께 ‘강원도 골프장 민관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범대위는 실제로 수년간 각 지역 주민대책위, 시민단체와 함께 골프장 인허가 절차상의 불법과 탈법, 허위, 부실조사 사례를 확인하여 폭로, 사회여론으로 이끌어 내는 등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온 단체이다. 범대위에서는 이렇게 의심스러운 인허가 절차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골프장 문제해결 과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환경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동료 의원 12명은 지난 달 11일 ‘원주지방환경청의 골프장 사업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부실 협의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발의했다. 이는 골프장 사업자가 부실하게 작성한 사전환경성 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청에서 그대로 인정해 온 관행이 직무유기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 감사청구안이 8월 국회에서 통과되어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골프장사업에 종지부를 찍게 되길, 그리고, 청정자연을 보존하고 우리 지역을 지키면서 근심 없이 행복하게 농사지을 날을 앞당기게 되길 주민들은 오늘도 희망하며 오는 토요일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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