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 속에서 찾은 해열제 수박

  • 입력 2011.08.01 09:2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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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8년 12월의 <승정원일기>에는 연산군이 북경으로 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박을 구하여 오게 하라는 명을 승정원에 내렸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한 겨울에 수박이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 겨울에 중국으로 가는 사신을 통해서 까지 수박을 구해다 먹으려고 했을까. 하지만 연산군이 소갈증으로 고생을 하면서 수박으로 갈증을 다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수박은 연산군이 소갈증을 다스리는데 먹었을 만큼 당뇨로 인해 생기는 갈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질이 아주 차기 때문에 한과(寒瓜)로 불리면서 입 안이 마르고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증(熱症)에 쓰이는 처방인 백호탕(생석고, 지모, 자감초, 쌀)과 같은 효능이 있다 하여 천생백호탕(天生白虎湯)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수박은 박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으로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연산군실록>에 이르러 수박의 재배에 대한 기록이 나타난다. 한과(寒瓜)로도 불리지만 서역에서 온 오이와 비슷하다 하여 오이를 나타내는 과(瓜)자와 함께 ‘서과(西瓜)’라고 불리는데 수박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귀하였기에 양반의 과일로 불렸고 토종인 참외는 평민의 과일이라 칭했다.

▲ 수박.

 <조선왕조실록>에는 수박을 훔쳐 먹다가 잡혀가 곤장을 맞고 귀양을 간 기록도 남아 있고 그 값은 무려 쌀 반 가마 값이었다고 하니 가히 수박이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당질이 풍부하며 가식부에는 항산화기능을 가진 라이코펜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단맛이 많고 시원하여 여름철에 토마토와 함께 즙을 내어 물대신 마시면 여름 더위나 감기로 인한 열, 소화불량 등을 치료할 수 있다. 껍질을 손질해서 생으로 무쳐 먹거나 볶아 먹거나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효능 이상으로 맛도 좋다.

수박을 갈아 만든 즙과 껍질에는 소변을 잘 보게 하는 이뇨작용이 있다. 수박에 함유된 칼륨은 혈액 내의 염분을 끌고 나가는 이뇨작용이며, 수박에 함유된 배당체는 이뇨 강압작용이 있고, 함유된 단백효소는 급만성 신염, 간염 등을 치료하는데 유용하다.

서과자로 불리는 수박의 씨도 생으로 먹거나 볶아서 먹는데 성미(性味)가 달고 서늘하며 독이 없으므로 먹어도 탈이 없을 뿐 아니라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며, 폐에 열이 있어 생기는 기침이나 소갈, 장이 건조하여 오는 변비, 혈변을 보는 증상, 고혈압 등에 사용하면 좋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도 ‘수박은 속을 시원하게 하며 염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수박은 모든 가식부의 성질이 무척 차므로 소화기가 허약하여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적게 먹어야 하고 몸이 차고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먼 중국으로부터도 수박을 가져다 먹고 싶었던 연산군에게 신하들은 대체로 먼 곳의 기이한 음식물도 억지로 가져오는 것이 불가하다며, 수개월이 걸리는 노정에 반드시 상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반대를 하였다 한다.

이 일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제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 하여도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함과 동시에, 자기 고장 인근에서 생산되는 음식만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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