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잉태하고 낳은 알, 토란(土卵)

  • 입력 2011.07.25 08:24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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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있어 조심해야 하는 천남성과의 식물에 속하는 토란은 실속이 있다는 뜻의 알토란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사람에게 실속을 주는 음식의 재료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는 연잎과 구분을 하지 못하고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채 토란의 잎을 줄기 채로 꺾어다 머리에 쓰고 다니면서 꽃무늬 양산을 쓰고 나들이 하시던 이웃집 아주머니의 흉내를 내면서 놀고는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제법 이치에 맞는 행동이었다.

토란잎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머리에 쓰고 다니면 정말로 인체에 시원하게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연잎도 마찬가지인데 커다란 잎사귀를 가지고 자라면서 사람들의 마음에서 절로 뜯어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자연의 이치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또한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며 방수가 되어 몸이 작은 어린아이들이 비가 오면 우산 대신 머리에 쓸 수 있었으니 우산을 만든 이들이 여기서 힌트를 얻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토란은 매운 맛을 가지고 있으며 성질은 평하고 약간의 독이 있다. 비장과 위장을 잘 통하게 하여 소화를 잘 되게 해주며 피부를 튼튼하게 하고 피와 살이 뭉친 것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우두, 우내, 토지라고도 불리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미끄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미끄러운 성분이 익히지 않고 먹으면 알알하지만 마(山藥)처럼 소화기를 돕고 인내심을 기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기가 허약한 사람이 토란죽을 끓여 먹으면 허한 몸을 보하게 되며 이때 붕어를 넣고 같이 끓여 먹으면 더욱 크게 보한다.

토란잎은 뿌리와는 달리 성질이 차고 독이 없어 좋으니 우리의 밥상에 오른다. 답답한 증상을 없애는 효능이 있는데 이는 토란대의 횡단면에서 볼 수 있는 구멍이 잎과 뿌리 사이에서 소통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토란잎도 소화기를 도우므로 설사를 멎게 하며, 땀을 거두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도 있다. 더운 여름철에 밥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하여 연잎에 싸두는 것처럼 토란잎도 마찬가지로 음식을 싸두면 덜 상하는데 이는 연잎이나 토란잎이 성질이 차기 때문이다.

환경을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니 조상 때부터 오랫동안 먹어온 토란이지만 맨손으로 만지면 마와 같이 접촉 부위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데 소금물, 식초물, 쌀뜨물을 이용하면 없어진다. 토란을 익히지 않고 생식하거나 과식하면 혀가 마비되기도 하고 목에서 열이 나거나 가렵고 부어오르며 복통이 생기고 정신이 혼미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는데 혹시 중독이 되면 식초에 생강즙을 타서 입에 물었다가 마시면 도움이 된다.

장맛비도 아닌데 언제부터 오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참 질기게도 비가 온다. 멀리 이웃집 밭에서 자라는 토란잎으로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니 어린 시절에 밖에서 놀다 비가 오면 토란잎으로 몸을 가리고 집으로 뛰어 들어오던 기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난다.  어서 비가 그치고 다시 온 세상에 생기가 넘쳤으면 좋겠다.

글.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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