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파국을 원하는가

한미FTA 8월 비준강행의 모순

  • 입력 2011.07.25 08:23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이 한미FTA 의회비준을 9월 이후로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8월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당초 한국의 국회비준 시기를 미국의 의회비준 시점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또 다시 뒤집는 것이어서 파국이 예상된다.

한미FTA를 비롯한 통상문제에 있어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말 바꾸기는 예전에도 여러 번 있어 왔다. 재협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공언하더니 자동차 분야 양보를 포함해 재협상을 하고는 슬그머니 말을 바꾸었다. 또 우리가 먼저 국회비준을 해서 미국의 의회비준을 압박해야 한다는 몽상적인 주장을 펴다가 실리도 명분도 없다는 국민 여론의 뭇매에 결국은 미국의 비준시기에 때를 맞추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런데 8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의회비준이 미국 내 복잡한 사정으로 9월 이후로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전 주장대로라면 당연히 8월 국회비준은 없던 일이 돼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 말을 바꿔 8월 임시국회에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미 폐기처분됐던 ‘한국의 우선 비준을 통해 미국을 압박한다’는 철부지 같은 주장을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양국 의회의 동시 비준이라는 종전 입장을 바꿀만한 그 어떤 명분이나 실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국회비준을 강행처리하겠다는 것은 자칫 한미FTA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에 사로 잡혀 파국도 불사하겠다는 오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독선과 아집에 바탕을 둔 오기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국가와 국민 모두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파국의 책임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한 준엄한 심판의 칼날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절대 다수의 국민은 한미FTA가 무산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런 기회에 독소조항의 폐기, 균형 이익의 달성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바라고 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