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와 FTA

  • 입력 2011.07.25 08:2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우체국마크는 세 마리의 제비로 되어있다. 제비가 새로운 소식을 물어다 준다는 민간 속설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 우체국마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르메스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심부름꾼으로 신과 신, 신과 인간 사이에서 전령 역할을 했기에 우체국심벌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헤르메스의 역할은 대단히 폭이 넓었다. 목축, 웅변, 발명, 시장, 도둑, 거짓말을 관장하던 신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서양말의 어원들이 파생되기도 하였다. 현대의 모든 비즈니스관련 회사와 상품명에도 헤르메스라는 이름을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 이는 헤르메스가 시장과 장사, 그리고 도둑질을 주로 관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시장을 관할하면서 동시에 도둑질과 거짓말에도 관여를 했을까. 그것은 시장과 도둑이, 시장과 거짓말이 한통속이거나 종이 한 장차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전제했다. 이는 사람의 삶속에서 사람이 배제 되어 버리면 사회가 지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헤르메스가 시장과 도둑질을 동시에 관장하는 것은 시장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만 시장에서 인간이 배제되고 자본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자본에 의한 시장의 지배는 인간의 신뢰나 정 따위는 허접스러운 것이고 오로지 자본에 의한 자본의 증식만이 정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돈을 벌기위한 수단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데에도 해악이 될 뿐이다. 그것은 가짜이고 허상일 뿐이다. 인간의 삶을 수탈하는 도적질이고 삶을 속이는 거짓이 되기 때문에 헤르메스가 이 둘을 같이 관할한다고 볼 수 있다. 

각종FTA가 속속 체결되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FTA를 서두르고 있고 한중FTA도 본격적 협상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의 단호한 입장이다. 지난 12일 축산 농민 2만여명이 모여 대책없는 FTA를 반대한다고 외쳐댔다. 자유무역으로 인한 세계 각 곳의 농업들이 자본의 힘에 속수무책 무장해제를 당하고 있다.

이건 자유시장이 아니라 생존권을 강탈하는 행위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열악한 상태의 농업은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속에 놓이게 된다. 헤르메스가 시장의 신과 도둑의 신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현실에서는 어려운가 보다. FTA를 최선이라고 밀어붙이는 관료들의 거짓말도, 노련한 도적질로 점철되는 자유무역시장도 사람을 배제시키는 것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을 때 세상은 역사의 방향을 바꾸지 않던가.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처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