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농산물값,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답이다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 입력 2011.07.18 12:47
  • 기자명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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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올해 지금까지 온 눈, 비의 양이 예년의 평균 총량을 넘겨버렸고 기상관측소가 생긴 이래 하루 최고 강수량도 열흘 전의 비로 기록이 갱신 되었다고 한다. 논물이 가득 차 우렁이들이 탈출해 버렸다는 남편의 투덜거림이나 산에서 내려온 흙으로 운전하기 힘들다는 친구의 불만은, 산사태로 묻혀버린 연립주택이나 하우스에 물이 들어 둥 둥 떠 있는 수박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작년 가을 금값이 되었던 배추가 올 봄에는 똥값이 되어버렸다. 팔지도 못한 배추를 갈아엎는 농민들도 있었고 우리 집도 몇 포기의 배추를 처리하지 못해 아예 김치를 담가 나누기도 하였다. 이런 배추 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

14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 달 전만 해도 한 포기에 1200원을 기록했던 전국 배추 평균 소매가격이 13일엔 1900원대까지 올라 20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배추 뿐만 아니라 상추, 오이, 무, 과일의 가격도 오르고 있어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걱정과 함께 올해도 작년의 배추 가격 폭등 사태가 다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 세계는 식량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국제곡물가격이 2008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식량위기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많은 연구기관들에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식량수출국이었던 중국이 국제시장으로부터 자국의 시장을 분리시키기 위해 수출규제 및 금지조치를 취하는 등 많은 나라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값의 배추가 반 년 만에 똥값이 되고 똥값이던 배추가 한 달 만에 금값이 되어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전농과 전여농,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비아깜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사무국 등이 모여 만든 식량주권 실현 2012 정책기획단에서 모색된 정책이다. 쌀, 보리, 콩, 팥, 옥수수, 배추, 무, 감자, 고구마, 고추, 마늘, 양파 등 국민의 생존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농산물을 기초농산물로 규정하고 기초농산물이 이상기후나 식량무기화 등으로 인한 식량전쟁의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농가의 소득이 보전될 수 있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였다.

가격 지지 방식의 수매제도는 지난 2004년까지 시행되다 WTO에 위배된다 하여 2005년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는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쌀값 하락을 가져왔으며 호들갑을 떨면서 수매제를 폐지하는 명분이 되었던 WTO 협상은 아직 타결 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배추 값이 금값이 되어도 이익을 보는 것은 미리 배추밭을 사 놓은 유통상인이거나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적은 수의 농민들이고, 대다수 농민들은 금값배추소식을 TV로 접할 뿐이다. 내가 지역에서 만나는 여성농민들은 도시 가서 사는 자식들과 친척들 생각에 금값 배추 값은 추호도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농산물 똥값으로 애써 키워놓은 농산물을 갈아엎지 않아도 되는 길, 널뛰는 농산물가격 때문에 장보기가 무서운 소비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길,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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