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근대사 속 식물 자리공

  • 입력 2011.07.11 11:52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깊은 산속의 소나무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가다보면 가끔 아주 어리게 보이는데도 솔방울을 잔뜩 달고 있는 소나무를 만나게 되어 안쓰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한 몇 해 전만 해도 할미꽃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무덤가에서는 어인 일인지 이제는 더 이상 할미꽃을 찾아볼 수 없어 그 까닭이 궁금할 때가 더러 있다.

그것은 소나무가 있는 곳의 환경이 오염되어 위기감을 느낀 소나무가 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자손들을 양산해낸 까닭이라 하고, 오염된 곳에서 살 수 없는 할미꽃의 습성이 만들어낸 결과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나무나 할미꽃 등을 환경의 오염된 정도를 나타내주는 지표식물이라고 부르는데 자리공 또한 산성화된 땅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지표식물 중의 하나이다.

해방이 되고 미군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미군과 같이 들어왔다고 알려진 자리공은 낮은 야산, 묵정밭, 들 등 어디에서나 아주 잘 자라는 식물이다.

김장김치가 떨어지고 농사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아 먹을거리가 부족하고 마땅한 반찬들이 없는 봄에 그 큰 잎을 쑥쑥 올리는 것이 자리공이므로 소리쟁이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서민들의 밥상을 지켜왔던 근대사 속 식물이 바로 자리공이 아닌가 생각한다.

▲ 자리공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자리공의 어린 순을 이웃의 어른들은 장록순이라 부르시며 30cm 정도의 길이로 잘라다 데쳐 하루쯤 물에 담가 우렸다가 나물로 드신다. 한방에서는 자리공의 뿌리를 상륙(商陸)이라 부른다. 상륙은 약간 쓴맛을 가졌으며 그 성질은 차갑다.

약으로 쓰는 뿌리에는 약간의 독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식초나 검은콩을 이용해 독성을 제거하고 쓴다. 성질이 찬 식물이므로 열을 내려주고 비장과 방광에 이로운 식물이라 대소변을 잘 보게 하고 뭉친 몸을 풀어주고 부기를 내려준다.

목이 붓거나 각기의 증상에도 도움을 주므로 요즘처럼 장마철에는 외기도 습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몸도 습해져서 무거워지므로 자리공순으로 만든 묵나물을 반찬으로 해먹으면 뿌리보다는 약성이 적겠지만 무거운 몸이 좀 가벼워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자리공의 꽃은 마음이 심란하여 생기는 건망증에 도움을 준다 하니 말려두었다가 가끔 차로 마시거나 술을 담가두고 마셔도 좋을 것이다.

뿌리에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나물을 해먹을 때에도 조심해야 하는데 어린 순을 따다 데쳐서 바로 먹을 때에는 물에 충분히 우려낸 후 곡식을 이용해 만든 식초를 첨가해 무쳐 먹으면 좋다. 아니면 해독하는 힘이 큰 검은콩밥이나 녹두밥과 함께 나물반찬으로 해먹으면 좋겠다. 아무리 그래도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들은 조심해야 한다.

차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채소나 산야초를 데쳐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먹는 것을 나는 잘 알지 못하겠다. 제철에 넉넉하게 나오는 것들을 먹고 남겨 갈무리해두었다가 부족한 때에 꺼내 조리해 먹는 지혜로움을 우리는 윗대의 어른들로부터 배우고 익혀 매일 매일의 밥상을 풍성하게 차려야겠다.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