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식량기지 개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최재관 여주친환경학교급식센터소장

  • 입력 2011.07.04 10:31
  • 기자명 최재관 여주친환경학교급식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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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식량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군대가 빵을 구어  국민에게 직접 배급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쌀을 사재기하다가 적발될 경우 종신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식량위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주부들은 장보기가 두렵다며 장보기를 꺼려하고 냉장고를 싹 싹 비우며 청소를 하는 실정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국내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식량안보까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식량파동이 올수 있으니 범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런 식량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주요곡물의 해외 식량 전진기지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통령이 현재의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에 대해서는 깊이 감사드릴 일이다. 또한 현재의 농업문제가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민적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시점이라는 것에는 참으로 깊은 통찰력이라고 깊이 동감한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해외식량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마치 고령의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들은 포기하고 해외의 값싼 노동력으로 국내 식량안보를 지켜 가겠다는 선언처럼 들려서 더욱 씁쓸하다. 정규직 농민은 잘라내고 비정규직 농민으로 농사를 짓자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온 국민을 굶어죽일 요량이 아니라면 현재의 식량위기의 본질을 더욱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현재의 식량위기는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적 요인이 본질이 아니라 세계 먹을거리 질서의 구조적 위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첫째, 높은 기름가격, 둘째, 전 세계 5%의 곡물이 바이오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 셋째, 곡물의 70%가 육류소비로 되는 것, 넷째, 불안한 기후, 다섯째, 가격상승에 다른 곡물금융투기로 인한 것이다. 이것 또한 현상적인 것이고 진짜 알맹이는 카길과 같은 다국적 식량기업들이 전 세계 곡물의 3/4을 독점하고 교역량의 4/5를 지배하며 가격을 제멋대로 올려놓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마다 전년대비 50%이상 돈을 벌고 있다. 세계 식량 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식량 생산은 연간 2% 넘게 증가했고 인구증가는 1.14%까지 떨어졌다. 세계의 식량위기와 굶주림은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독점과 빈곤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식량 전진기지를 통해 식량의 자주화를 이루겠다는 논리는 평화로운 세계에 날씨탓만 하는 순진한 생각이다. 세계 7대 곡물 메이저는 유통분야 시장점유율도 총 저장 능력에서 75%, 수출능력에서 56%, 밀 제분에서 6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수출금지나 가격담합등 불공정 무역을 자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곡물의 생산 가공, 저장, 수송 등 유통의 전 과정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위기 발생 시에 해외 기지에서 생산한 곡물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느냐가 문제다. 가공, 수송, 유통의 전 영역에서 다국적 곡물메이져에게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결국 해외식량기지는 국내 농업의 붕괴와 해외 의존성을 높이고 비상시 스스로 다국적 기업의 먹이가 되자는 것이다. 

이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는 현재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고 범국민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농업위기 해결은 다국적 기업의 손아귀로부터 국민의 먹을거리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범국민적 과제로 된다.

 최근 인도에서는 전체 인구의 75%가 무상 혹은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식량보장법을 만들고 있다. 식량 문제를 농업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국민의 문제로 푼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 하다. 다국적 기업의 식량공격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무엇으로 맞서야 하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어리석은 대통령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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