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대안의 농업을 키운다

괴산군 감물면 흙사랑영농조합법인

  • 입력 2007.11.12 15:22
  • 기자명 최진국 성주군농민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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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물 협업운동의 역사는 괴산과 충북에서 60∼80년대 가톨릭농민운동, 기독교농민운동, 농촌민주화운동 그리고 유기농업운동을 개척하시던 분들의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정권의 관료농정, 전시농정, 강제농정, 관치농협, 수매축소와 저농산물가격정책, 을류농지세, 고독성농약과 불량비료 과다 사용 강요, 생우수입, 농축산물수입 자유화조치 등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지역농업과 환경농업을 키워왔다.

▲ 흙사랑 충북 괴산군 감물면 지회가 지난 5월 소비자 모내기 행사를 개최한 자리에서 참석한 어린이들이 손으로 직접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엄혹한 시절에 겪었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감물농업은 이러한 지역농업의 역사와 특성 속에서 발전해 왔다. 인근 소수, 불정면과 동고동락하며 협업을 통해 환경농업, 유기농업, 지역순환재생산농업을 남보다 앞서 일궈 왔다. (사)흙살림이 이들 지역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감물면지회는 마을분회를 늘려 나오다가 2003년에 결성되었다. 현재 9개 마을분회와 8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흙사랑 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에 세웠다. 시설, 설비, 기계, 물류, 세무회계 등 투자와 자산운용 그리고 운영문제 때문에 법인화 했다. 회원의 진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문턱을 낮게 한 대신에 교육이수는 필수다. 출자, 출하, 이용, 노동일수와 관계없이 의결권은 1인 1표로 평등하게 행사한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협동조합의 정신을 굳게 지킨다.

마을대표인 분회장과 품목별 담당자인 작목반장은 면지회 운영위원이자 환경농업 인증위원이다. 환경농업과 유기재배를 제대로 하려면 윤작, 간작, 혼작, 휴경을 필지별 품목별 작기별로 치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지역순환 재생산농업은 지역자원 활용의 일상화와 퇴비의 준비성과 지력유지와 수자원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유익한 미생물의 배양, 보관, 투입, 밀도, 예찰 등 운영위원들의 책임이 크다.

중산간지라 논밭이 골짝 골짝에 흩어져 있고 농장에 드나들기가 불편하다. 약 40여 품목을 농사짓는 다품종 재배방식이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무슨 품목을 어느 땅에 심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상상해 보라.

수확, 수집, 작업, 물류, 정산, 회계는 또 어떤 일인가. 수질, 토양성분, 중금속, 농약잔류 검사, 폐기물소각 예방과 단속, 주변 환경보전과 완충지대 확보 등 등. 환경농업 조건에 필수적인 인증실무와 암행감시, 추적, 수사(자백, 증언, 증거물, 촬영 등), 회부, 심리, 심판… 운영위원의 하루는  끝날 줄 모른다.

웬 만한 일은 공동 작업이다. 바깥 일이 많은 운영위원들의 일이 밀리면 품앗이로 해결한다. 매출액의 7%는 운영비로 쓴다. 3%를 출자 적립한다.

품목이 많고 포장단위가 다양하고 출하량과 노동량도 다르고 때도 없이 수급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용은 각 회원이 따로 정산한다. 이것저것 셈하면 적어도 15~17%를 떼야 한다. 수수료 1%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여느 영농조직이나 협동조직의 운영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회원들에게 주어지는 책임도 클 것이다. 수도작, 잡곡, 과수, 채소, 시설원예, 감자, 콩, 축산 등 수십 가지 품목 재배를 한껏 나누어 맡아야 한다. 부득이 하게 관행으로 재배하는 작목은 환경농사 짓는 필지에서 멀리 쫓아내 짓는다. 같은 작목을 친환경농사와 관행농사를 함께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자칫 농장 주인이 헷갈려 잘못 관리하거나 생산물을 혼입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기적인 순환농업은 직접 만든 퇴비가 중요하므로 유기축산을 해야 한다. 감물회원들은 한우를 유기적으로 사육하고 있거나 노력하고 있다.

감물면은 감자농사도 잘 된다. 전국 평균 수확량보다 생산성이 높고 맛도 좋다. 기후, 환경, 토질 등 자연 지리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다. 그 못지않게 윤작과 혼작과 흙 살리기 등 유기적인 순환농업이 한 몫 더 한 것 같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감자농사 재배면적을 더 늘리고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더 올릴 것을 권해 보았지만 고개를 흔든다.

돈벌이가 될 만하면 모이고, 돈이 되는 품목에 쏠리고, 가공사업이 잘 되면 더 몰리고, 마침내 감자농사와 감자가공사업만 달랑 남는 상업적 단작화와 공업적 가공사업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공과 판매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올해부터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맞춤형 김장거리 사업을 시작했다.

감물면지회는 쌀개방반대와 한미자유무역협정반대 투쟁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희망과 대안의 농업을 실천하는 데 따르는 전략과 전술을 항상 고민한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요즘 회자되는 클러스터(협동), 가브넌스(협치), 어메니티(어머니 품)를 비판적으로 그러나 주동적으로 수용한다. 끌려가지 않는다.

자주적 협업운동의 뿌리가 깊고 주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괴산군은 ‘친환경농업군’을 선포하였고 ‘친환경농업군’으로 선정되었다. 인근 면과 함께 감물면의 역할이 컸다.  괴산군에는 ‘친환경잡곡단지’가 있다. 물류와 유통사업 체계가 제법 갖춰져 있다. 친환경농산물로 아이들을 먹이는 학교급식사업을 시작했다.

감물면의 친환경인증 농가는 군 전체 인증농가의 37%를 차지한다. 집단화에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행사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도농협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농혈연을 맺듯 친해지고 있다. 어떤 조사내용에는 각박한 도시를 떠나 가 보고 싶은 지역의 높은 차례에 괴산군이 올라 있었다.

감물면지회는 긴 숨을 쉬면서 먼 눈으로 앞날을 설계한다. 모든 지역농민이 친환경인증을 받는 일. 자연과 공생하는 진짜 환경농업. 토종종자를 심는 토착농업. 일상과 세파에 찌들린 도시민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쉬고 살 수 있는 ‘귀거래사’운동을 실천하는 일. 젊은이가 거의 다 떠난 고향을 지키시며 민족의 한과 숨결과 정을 느끼게 해주시는 어르신들이 여생을 잘 보내시는 일. 민족농업을 지키고 국민농업을 실현하는 일은 지난 40여년간 감물과 괴산농민들이 해온 일을 돌아보면 결코 꿈이 아닐 것이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진국  성주군농민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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