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다시 왔다

  • 입력 2011.06.27 11:15
  • 기자명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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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농활은 여성농민회에서의 준비나 고민 없이 진행되었다. 올 봄. 여주로 들어오는 수원여대 농활대와 여주군여성농민회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5월 초 2박 3일 일정으로 온 여학생들의 농활에서 여성농민회 언니가 마을주체로 일을 나누었고 저녁에는 간담회를 갖기도 하였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여주군 여성농민회와 수원여대의 작고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농학연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여름농활 때가 되면 마을이 바뀌었다. 이번에도 물론 여성농민회에서 함께 고민했고 여성농민회 회장님이 사시는 마을로 결정되었다. 농활대가 머물고 있는 마을회관을 찾아가니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다시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고 새로운 얼굴들도 있지만 그저 신통하고 기특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여성농민회 회장님께 들으니 야무지고 성실하게 일을 해 동네 분들의 칭찬이 자자하다고 하신다. 동네어르신들의 칭찬을 받으며 야무지게, 활기차게 농사를 거들고 있는 학생들이 고맙게 여겨지면서 한편으로 이들이 농활을 마치고 가버리면 마을은 어떤 분위기일까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8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1년 2%에서 2050년 14%로 7배 증가하고 일본에 이어 8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가운데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현상은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에 의하면 2005년 18.6%이던 농어촌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14년에 22.9%로 늘어날 것이고 2007년 6.8%이던 농가인구 비율은 2019년에 4.7%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농촌의 고령화, 공동화현상은 정부가 수 십 년동안 진행해온 수출 주도적, 도시 중심적 성장정책과 수입개방의 결과가 빚어낸 결과이다. 이는 도시와 농촌의 높은 소득격차를 빚어내어 1990년 도시가구 대비 97%였던 농가소득이 2000년 80.6%, 2006년 78.2%, 2008년 65.3%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농촌의 절대 빈곤층 비율은 15%에 달하고 있으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곤농가의 비율은 19.6%로 다섯 농가 가운데 한 농가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 공동화, 빈곤화는 불가분의 고질적인 농촌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농촌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젊은 사람들의 적절한 농촌유입정책이나 농민의 소득보장, 농업회생의 대책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농식품부가 밝힌 2011년 ‘잘 사는 농어촌, 행복한 국민’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업무계획을 보면 활기찬 농어촌을 위해 정예인력 10만을 육성한다는 내용과 농지연금 시행, 경영이양 직불제 활성화, 건강장수마을 조성 등을 모색하고 농어촌의 새로운 활력을 창출해 나간다고 한다.

농어촌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잘하는 마을 중심으로 정책자금 등을 집중지원하며 최고로 활력 있는 마을을 선정하여 (가칭)‘대한민국 농어촌마을 대상’을 시상하고 홍보한다는 방침은 그러나 희망이 없어 슬퍼 보인다.

이제 농촌정책은 농업을 살리는 농촌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농촌공동체를 유지하고 중소농의 협업을 발전시켜나가며 농업의 주요자원으로서 농지가 보전되어 농민들의 소득이 보장되는 방향의 농촌정책. 이를 보장하는 농촌정책이 바로 설 때만이 마을은 일년 내내 활기차게 돌아갈 것이다. 일주일 내내 뙤약볕아래 깨밭매고 김매느라 벌개진 얼굴로, 막걸리 잔을 받는 수원여대 학생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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