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피해대책 지금 때가 아니다

  • 입력 2007.11.12 11:39
  • 기자명 관리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 사설]
농림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업 부문의 피해를 보전하고 품목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7년까지 20조4천억원을 투입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한미 FTA 농업 국내보완대책’에 따르면 한미 FTA 투융자 재원은 농업·농촌 투융자계획 자금 119조원에서 12조1천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8조3천억원을 새로 확보해 모두 20조4천억원을 조성키로 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이야기 하면 지금은 한미FTA 피해대책을 확정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국내에서 국회비준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쇠고기 완전개방 압력을 행사하면서 거부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다 차기 미국 대선 유력후보들도 한미FTA를 반대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체결 당시 약속했던 ‘혁명적 대책’과 거리가 멀고, 마치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써먹었던 1백19조에 앞으로 10년동안 10조원만을 증액한 것에 불과하다. 과연 이것으로 농림부의 발표대로 한미FTA 등 개방확대에 대응하여, 우리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번 대책에는 또 농가단위 소득안정제도 실시나, 농가등록제, (가칭)농업경영체육성법 제정 등의 대책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아직 농업계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으며, 합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번 대책에는 이와 함께 돈 몇 푼 쥐어주고 농촌에서 고령농을 퇴출시키는 정책, 폐업지원금을 통한 농업포기 유도 등 이른바 ‘살농정책’까지 들어 있다. 그래서 국내 유력 농민단체의 한 축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이를 거부했다. 당연한 거부다.

주지하다시피, 한미FTA는 농업부문에서 예외품목 하나 없이 전품목의 관세를 철폐한 전대미문의 완전개방협상이며, 이에 따라 한미FTA가 체결돼 발효될 경우 이 나라 농업·농촌·농민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그런데도 향후 10년간 20조, 그것도 그 절반은 이미 기존 119조원 투융자계획에 들어 있던 예산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실패한 대책을 되풀이하면서 농업을 살리겠다고 하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지금은 한미FTA 피해대책을 수립할 때가 아니다. 이 대책을 즉각 폐기하고, 지금이라도 무너져가는 농업의 진정한 회생대책을 만드는데 골몰해야 할 시기이다. 한미FTA가 아니더라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농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국 등 수출강대국들의 일방적 요구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농업 공존의 길을 찾는 과감한 농업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

때마침 대통령선거가 앞으로 40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내가 농업을 살릴 적임자”라면서 장밋빛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현 시점에서 내놓은 한미FTA 대책이 누가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판에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보는가. 아니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 이상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인가.

한미FTA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차기정부로 넘겨야 옳다. 17대 국회 비준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비준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진정한 농업회생대책을 만들지 못할 바에는, 그리고 혁명적 대책을 수립하지 못할 바에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농업정책 마무리나 잘하라. 그것이 현재 농민의 엄청난 울분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리는 길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