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무엇을 소원하는가?

  • 입력 2011.06.13 14:24
  • 기자명 최재관 여주군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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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세 가지 소원을 얘기하라는 동화가 있다. 가난한 나무꾼이 부인과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무를 베려 하니 그 나무의 요정이 나와 나무를 베지 않아주면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겠다고 한다.

나무꾼은 나무를 베지 않고 돌아와서 꿈인 줄 알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득 ‘아, 소시지가 먹고 싶군’하고 말을 한다. 그러자 갑자기 소시지가 나타나는데. 이야기를 들은 나무꾼의 아내는 소원하나를 낭비한 것에 화가 나서 홧김에 ‘그 소시지, 당신 코에나 붙어버려라’고 말한다.

소시지는 정말로 달라붙고 마지막 하나 남은 소원으로 그 소시지를 떼어내고 나니 요정이 들어준 세 가지 소원으로 남은 것은 소시지 하나뿐이었다.

2012년은 우리 사회의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처에서 농민들이 어떤 마음을 먹는가 하는 것에 따라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소시지가 아니라 막걸리 한잔에 고무신 한 짝에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값시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부모님 허리가 휘고 자신들을 채무자, 낙오자로 만들어 사회에 진출시키는 비정한 대학과 반값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이 두려운지 수백 명이 하는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로 원천봉쇄를 하고 있다. 등록금 반값시위가 두려운 것은 거리에 나온 수백 명의 대학생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깊이 공감하는 이슈인 만큼 잠재적인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를 모두 떠나게 만들고 남은 이들은 농가부채에 허덕이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땀의 대가는 커녕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민은 농산물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니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의 임금이고 최저생계비이다. 농민들의 소원은 농민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직한 땅에서 정직한 땀의 대가를 받는 것이 소원이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농업문제를 무엇부터 풀어 가겠는가?

농산물 가격 걱정 없이 농사짓는 나라, 국민의 기초 식량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배추 한 통에 어느 날은 만 오천 원 하다가 어느 날은 오백 원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몇 달 사이에 가격이 30배나 오르내리고 있다.

쌀 수확량이 30%가 줄어도 수매가가 떨어지고 20년 전과 똑같은 쌀값을 한탄하는 농민들 앞에 최근 쌀값이 몇 천원 오르자 구곡을 헐값에 방출에서 쌀값을 다시 잡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농민이야 죽건 말건 물가만 잡으면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인가. 농민들이 다 사라지면 그것도 국민을 위한 일인가.

국민의 기초식량에 대해서는 상한제와 하한제를 둬서 소비자도 걱정 없고 생산자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오르면 정부가 개입해서 싼 가격에 공급하고 반대로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수매하든지 직불금을 올리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WTO가 문제라면 WTO와 무관한 지자체로 자금을 이관해서 합법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 정부가 예산을 절감하려면 농협을 통해 계약재배를 늘리고 수요와 공급 조절에 적극 개입하면 된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마음이 없는 사람은 구실을 찾는다고 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것이다. 2012년 현재, 20년만에 찾아온 총선과 대선의 대 격변기에 농민들이 소원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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