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도강

  • 입력 2011.06.13 14:1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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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 과수원 개원하면서 심은 산수유나 매실나무, 모과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두릅나무들이 한데 엉켜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자두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려고 가니 얼마 전 오얏나무나방 피해로 죽은 자두나무처럼 이놈마저 죽어가고 있다.

약을 뿌려주지 않은 탓도 있지만 워낙 자두나무는 벌레가 심하게 타는 놈이라 오래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서로 태양을 보려 하지만 항상 자두나무는 뒤로 쳐져 힘없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문득 이대도강이라는 고사가 생각난다. 자두나무는 오얏나무다.

이대도강은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죽는다는 말이다. 악부라는 중국시집 계명편에 등장하는 시(詩)이다.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가 우물가에 있었는데 어느 날 벌레가 복숭아나무 뿌리를 갉아먹자 자두나무가 제 몸을 벌레에게 내주어 자신이 쓰려져 죽었다. 한갓 나무도 그럴진대 형제간에야 말해 무엇하리 하는 내용이다.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라는 이야기일 터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그것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것들도 많지만 억지로 그렇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 그중에 농업이 그런 것이다. 타 산업이 발전하는 가운데 농업은 그만큼 자리를 내주었다. 굉장히 억지스러운 과정 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제 땅에 사람들을 먹이기도 힘에 부쳐 남의 나라에 기대어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죽은 오얏나무처럼 입에 오르내리지도 못하고 위정자들이나 자본가들에게 골칫거리정도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각국과의 FTA를 추진하면서 농업부분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그동안 제 몸을 내어 주엇건만 살갑게 받아주지 못하고 차라리 없애버리면 편할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 물가가 너무 올라 명목임금이 올랐어도 실질 소득이 줄었다고 한다. 소비자 물가의 주범이 농산물이라고 한참 농산물 가격하락을 정책적으로 만들어 농민들 가슴을 울리더니 이제 곡물로 옮겨가고 있는듯하다.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국민들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다. 농산물을 비롯해 생필품 값이 안정되는 것이 국민들 살림살이도 편해지고 국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농업에 대한 정책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수출 보다 국민 생활 안정이 우선돼야한다. 곡물과 농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농촌을 생산기지로 만들어 내야 한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농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곳으로 말이다. 자두나무와 복숭아나무가 서로 입장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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