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어하는 일은 닭도 싫어해요”
닭의 본성 이해하면 ‘친환경 참 쉽죠’

가축질병은 인간 욕심의 산물… 자연 알수록 오묘해
음성군 소이면 누리농장 정문화 씨 (음성군농민회 친환경농업위원장)

  • 입력 2011.06.13 13:32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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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을 나온 암탉’ 이라는 동화 속에서 주인공 암탉은 좁은 마당을 떠나 세상을 구경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많은 닭들이 좁은 마당조차 갖지 못하고, 가로 세로 30cm의 감옥같은 공간에 갖혀 지낸다. 태어날 때부터 각종 항생제 주사를 달고 사는 이들은 부리를 잘린 채 사료를 주워먹고(‘쪼아’먹지 못하고) 교미도 없이, 밤낮도 모르고 생명이 없는 알을 낳는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이같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닭에게도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20년째 건강하게 닭을 기르는 곳이 있어 만나봤다.

▲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닭에게도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닭을 기르고 있는 정문화 씨.

충북 음성군 소이면에 위치한 정문화 씨의 유정란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계사에 옹기종기 쉬고 있던 닭들이 꼬꼬댁 거리며 머리를 치켜든다. 닭장 바깥으로 밀려난 힘없는(?) 닭 열댓마리가 마당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사람을 피하기는 커녕 밭두렁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자동차 번호판을 쪼아대는 암탉들. 농장의 파수꾼인 검둥개는 분주한 닭들 속에서 한낮의 졸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음성군농민회 친환경농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문화 씨는 이렇게 자유분방한 자신의 농장을 ‘산안식 양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야마기식 양계법’을 배워와 적용한 것으로, 벌써 20여년째 친환경 축산을 실천하고 있었다.

정 씨는 2700여 마리의 닭을 3동의 축사에 나눠 기르고 있었다. 축사가 칸칸이 나눠져 있지 않음은 물론이요, 천장이 높고 창이 뚫려 있어 햇볕과 바람의 혜택을 톡톡히 받는다. 철제와 스티로폼으로 마감된 다른 계사와 달리 흙으로 천장을 지어, 햇빛을 받아 뜨거워지면 공기 팽창으로 인한 대류 현상이 일어나 계사 내부가 덥지 않다. 정 씨는 “7음 3양의 원리다. 이런 곳에서 미생물 생장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여름 더위도 걱정 없지만 겨울철엔 가온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 씨는 “닭들도 자기 스스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도 질병 없이 건강해서 여태까지 닭에게 항생제 한 번 맞춘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병아리 때 일반적으로는 부드러운 사료를 먹이는데, 장 씨는 거친 통현미를 먹인다. 이렇게 하면 내장 길이가 일반 닭보다 1.5배는 길어지고 소화력이 좋아진다는 것. 사료는 자주 주지 않고, ‘1회 공복, 1회 만복’의 원리를 추구한다.

이밖에도 “닭은 군집하기를 좋아하고, 소심하고 공격성이 있다. 이 본성을 이해해야 한다”, “자연은 순환되야 한다. 자기 똥을 먹어야 건강하다”, “너무 깨끗해도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등 정 씨의 농장 철학은 남다르다.

정 씨의 최대 목표는 “개개의 본성이 갖고 있는 최대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자연의 이치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고, 닭에게 가장 알맞는 환경을 찾아주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이라고 붙이기조차 아깝다고 하는 그의 철학은 ‘사람 하기 싫은 일은 닭에게도 안시킨다’는 말로 쉽게 정리된다.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동물을 기르고 싶겠지만 어디 쉽나. 장 씨도 뜻이 있어 이같이 하고 있지만 생계와 함께 유지해내기란 쉽지가 않다.

정 씨 농장에서 생산된 유정란은 하루 2400여개. 이를 한살림으로 대부분 보내고 있다. 보름에 한번씩 대금을 받아서 안정적이지만 그래도 어려우니 시설 수박 1700평에, 논·밭도 일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수박농사, 닭 사료 주기, 계란 손질에 하루가 짧다.

365일 휴일 없이 일하지만 같은 나이 또래의 부장 월급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소득. 그래도 정 씨는 타 농사에 비해 소득이 좋은 편이라며 만족해 했다. 다만 생계 때문에 양계에 집중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그는 아직까지 도전해보고 싶은 실험적인 실천이 많다.

카톨릭농민회로 시작해 음성군농민회 회장도 지냈을 만큼 세상 걱정으로도 바쁜 정 씨.  “(가축)질병은 인간 욕심의 산물이다. 넓게 봤을 때 상당히 큰 손해”라며 그는 이같은 철학을 인간 사회에도 적용했다. 정치에서도 “자연의 이치와 순리는 공평하게 돌아간다. 보수세력들을 미워하기보다 연민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작은 권력을 탐하다 보면 서로 멍들고 피흘린다는 것.

“자연은 알면 알 수록 오묘하다”며 인간을 보는 눈으로 닭을 보고, 닭을 보는 눈으로 인간을 보는 정문화 씨의 한결같은 철학이 모처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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