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대통령보다 농민들에게 필요한 장관이 돼야

  • 입력 2011.06.07 10:0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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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규용 농식품부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농민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또한 농민들의 대의기구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결정이 안하무인 식으로 무시되면서 민주적 절차도 함께 짓밟혔다. 따라서 이번 서규용 농식품부장관의 임명은 민주주의와 농민에 대한 폭거이다.

그동안 국회 농식품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 서규용 장관의 불법성과 도덕성, 자질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청문회 경과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는 있지만 별 것 아니라며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 개각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폭거로 4대강사업에 이어 농업정책 마저도 농민들의 여론과 관계없이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반 민주적이고 반 농민적인 방침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위원”이라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당당하게 맞서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장관으로 임명됐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난 게 아니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은 받았지만 진정한 농식품부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농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실질적인 절차를 서 장관은 다시 한번 밟아 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명박 정권의 대리인을 넘어 실질적인 농식품부장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필수 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농식품부 전 직원들이 나서서 서규용 장관 구하기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왜 서규용 장관을 반대했는지 그 내막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국회 농식품위원회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농식품부는 직원부터 차관에 이르기까지 전 조직을 동원하여 서규용 장관에 대한 환영성명서를 내 달라며 전방위적으로 뛰었지만 대부분의 농관련 단체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차관까지 나선 행위에 농관련 단체들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농업사에 남을 만큼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9년 장태평 장관 때 촛불집회 같은 불법집회에 참여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 했던 사건을 상기해 보라.

두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한 것처럼 농민들의 입장에서 당당하게 임하라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농민들을 위한 행정을 창조하고 집행하는 기관이다. 식량안보산업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 하면서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농민들은 농산물가격이 폭락해 파산하고 있는 데도 물가관리란 이름으로 부화뇌동 하거나 자신의 처신만을 위해 농민들을 내어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농식품부가 더 이상 농민들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편협한 대통령의 농업관과 당당히 맞서면서 우리 농업을 지켜내야 한다. 임명장은 대통령으로부터 받았지만 실질적인 임명권자는 농민과 국민이라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면서 4대강사업과 쌀 대북지원 중단 등 일방적인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 결과 국론이 분열되고 농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대북긴장정책의 일환인 쌀 대북 지원 중단은 쌀대란을 야기시키며 쌀농사에 있어 대 혼란기를 초래했다.

벼를 대신한 대체작목이 우대를 받으면서 쌀 농사가 천시 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장개척이란 명목으로 수출농업을 주창하며 기업농들을 육성하는 한편 각종 FTA 등을 추진하면서 절대 다수인 중소농들의 몰락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 게 이명박정부의 농업정책 골간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식량자급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돼 가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해외식량기지를 만들면 된다며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안방은 외국에 내어 주고 밖에서 식량을 조달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한 마디로 농업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위험하고 천박한 사고로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며 식량안보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았다. 그 남은 기간 동안 더 이상 농업기반이 훼손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서규용 장관의 가장 큰 시대적 임무라 생각된다. 그 어느 때 보다 농민들의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규용 장관은 그동안 왜 농민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했는지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문제는 있지만 장관직을 수행 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라는 청와대의 인식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돼 있는지 직접 확인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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