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쇠(金) 먹어치우는 지도층

  • 입력 2011.06.07 10:0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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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말년의 불가사리 같다.’라는 말이 있다. 송도는 고려시대 서울인 지금의 개성인데, 즉 고려가 망해갈 무렵에 나타났다는 불가사리를 이름이다. 전설이지만 고려가 망해갈 즈음에 민중들의 생각이 어디에 머무르는지를 헤아려볼 수 있는 이야기다. 불가살이는 不可殺伊로 한역되기도 하는데 죽일 수 없다는 의미가 있다. 어떤 힘이나 권력도 죽일 수 없다는 말이다.

아시다시피 불가사리는 쇠붙이를 먹어치우는 괴물인데 정권에 저항했던 어떤 사람이 쫓겨  다락방에 숨었는데 주먹밥으로 연명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심심해서 먹다 남은 밥풀로 짐승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이놈이 작은 쇠붙이를 먹더니 몸이 점점 자라 큰 쇠붙이를 마구 먹어치우기 시작 했다고 한다.

쇠붙이를 먹어치우니 칼과 같은 무기를 만들기 어려워지자 관에서는 이놈을 잡기위해 난리를 쳤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쉽게 잡히질 않고 창과 칼이 당하지를 못했다고 한다.

혼란했던 고려 말, 정치가 백성을 끌어안지 못하고 권력 투쟁과 제목 챙기는 데에만 혈안이 됐던 권력자들에게서 희망을 볼 수 없자, 힘없는 백성들은 불가사리라는 대안을 만들어 내고 불가사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송도말년도 아닌데 쇠붙이를 먹어치우는 불가사리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부산 저축은행사건뿐 아니라 인사청문회를 보면 당사자들이 돈을 먹었거나, 세금을 떼먹었거나, 더 많은 돈을 먹기 위해 법을 어기는 것이 다반사이니 할 말이 없다.

정의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질 않고, 사회지도층이라 하는 양반들이 하는 짓이 쇠붙이를 먹어치우는 짓인 것이다. 송도말년에 불가사리는 쇠(鐵)를 먹었다는데 오늘 우리사회 불가사리는 쇠(金)라면 사족을 못 쓰고 집어 먹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배금주의로부터 비롯된다. 공주갑부 김갑순이 했다는 “민나 도로보 데스”라는 말마따나 그의 후예들이 이제는 쇠(金)라는 쇠는 모두 먹어치울 판이다.

농부님들 힘들 들 텐데 모두 건강하시라. 그래야만 이 땅에서 농사가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농사는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커다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입으로 들어가는 쌀 한 톨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 사 (邪)한 것이 끼어들 수가 없다.

오로지 진실만이 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이 부족 해졌을 때 돈을 먹듯 쌀을 먹을 수 있을까. 쌀을 먹으려면 여든 여덟 번의 수고가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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