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소음으로 유산·폐사 한우 700만원 배상 결정

“공사 방음대책 세워야”

  • 입력 2011.05.23 12:36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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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소음’ 가축피해분쟁 연간 20건…
구제할 법률 따로 없어… 피해농가들 업체와 개별대응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원민)는 도로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으로 한우 피해에 대한 농가 배상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발주처와 시공업체가 연대해 7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이 농장은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 위치한 한우사육장으로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도로 확·포장 공사 중 터파기와 포장깨기 등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며, 발주처인 성주군과 건설업체를 상대로 1천2백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분쟁조정위원회가 공사장비의 종류 및 대수, 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소음·진동도를 평가해 예측한 피해율은 번식효율 저하 15%, 성장지연 15%였으며, 피해인정두수는 송아지 폐사 1두, 유산 1두로 평가됐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같은 평가를 고려해 피해액을 산출, 700만원의 배상액을 결정했다. 이 한우농가는 사육관리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고 판단돼, +5%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인정했다.

 

▲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로 확,포장 공사 현장 모습 (사진제공 : 환경부)

 

시공업체는 공사장 주변에 한우농장 소재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고, 가설방음벽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사시 소음·진동에 예민한 가축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도로 확·포장 공사시 소음·진동으로 인한 가축 피해를 호소하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농가는 1년에 20여건. 이런 행정 절차를 몰라서 개별적으로 시공업체와 맞대응하거나, 피해를 입고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포함하면 피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광양시 옥곡면에서 한우 60여 마리를 키우는 이정재 씨는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옥곡면 일대에 철도 공사가 예정돼, 농장이 위치한 산 밑으로 터널이 뚫린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터널을 뚫으려면 발파를 해야 하는데 소음·진동이 발생해 가축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우려를 했다.

“짐승들은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 증체량이 줄어든다. 유,사산, 폐사 경우에는 눈에 보이지만 이 부분은 보이지 않지 않나”는 이 씨.

 

▲ 도로 확,포장 공사 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우사육장 모습. 공사현장과는 불과 70m 떨어진 거리로 알려졌다. (사진제공 : 환경부)

보름 전에는 서울에서 연구소 사람들이 와서 시험발파를 했다. 그때는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막상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발파음이 더 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이 씨는 “발파시험 당시 소음·진동이 얼마나 됐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를 준다고 했다. 발파를 하려면 발파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라고 덧붙였다.

 

이 씨의 경우에는 시공업체에서 먼저 피해 대비에 나서줘서 다행이지만, 이런 조치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대부분의 농가들은 공사 소음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이 씨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법률 마련을 하고 기준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농민과 업체가 싸우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할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농민들이 일일히 시위해야 하고, 시끄럽게 한 사람은 (업체에서)돈 더주고 목소리 작은 착한 사람은 돈 덜주는 상황이다”라고 이 씨는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측은 공사 소음의 경우 60데시벨 정도를 표준으로 위원회 내부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률지침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복진승 심사관은 “도로공사시 가축피해 배상에 대한 고시나 행정지침이라던지 하는 법적 기준은 마련되있지 않다. 가축 상태, 사육환경이라던지 지역조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다소 시끄러운 지역은 데시벨이 높아도 피해가 없을 수도 있고, 조용한 곳에서는 낮은 수치의 소음에도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분쟁을 신청하는 사안마다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도로 공사로 인한 소음·진동 피해를 입고 있는 농가에서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복 심사관은 덧붙였다. 조정 신청은 환경부 홈페이지 내 환경분쟁조정 신청절차에서 할 수 있다.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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