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주인되는 길

  • 입력 2011.05.23 08:43
  • 기자명 최재관 여주군 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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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농민 보기를 우습게 알던 농협 조합장도 선거를 치를 때가 되면 조합원을 보면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다. 밝은 표정으로 박카스 한 병을 직접 따서 권하고 농민들이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급하게 달려와서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다고 약속한다.  꼭 4년에 한 번씩 조합원들은 주인대접을 받는 마술에 걸린다.

내년은 20년만에 한번, 총선과 대선이 겹쳐진 큰 선거판이 열리는 해이다. 총선을 지면 대선까지 질수 있는 큰판이라 정치권은 사활을 걸고 경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농민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끔 로또에 대박 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정작 로또복권은 사지도 않은 채 당첨을 꿈꾼다. 우리 농업이 개선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되는지 바꾸어 달라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서는 어떤 정치인도 우리농민의 생활을 개선해 주지 못한다.

수많은 농민들이 헐값에 표를 버리지 않으려면 농민 각자가 마음속에서 자신의 농업 해결과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나설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그마한 작목반 회의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예를들면 ‘친환경쌀 생산농가가 늘어나는데 예산은 늘어나지 않아서 유박 지원금이 오히려 줄었다’는 문제점이 나오고 다른지역에서는 친환경 인증만 받아도 보조금이 나온다는 둥 친환경농산물 수매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둥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리는 토의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들 동시에 풀기위해 친환경 농업 지원조례를 제정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개별 농민의 주장은 힘을 가질 수가 없다. 사람마다 지역마다 농업해결 방법도 다르고 바라는 바도 다르다.

그래서는 힘을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모아가다 보면 농업으로 서로 통하지 않을 바도 없다. 개인적인 바람이 개인적인 문제로 멈추지 않고 집단을 통해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선거에 대해 우리가 정작 해야할 일은 농민들이 가진 수많은 요구를 마을별로 정리하고 시군별로 모아내는 일 ,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 모으고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누고 면에서 해결할 일인지 국회의원을 통할 일인지 대통령을 바꿔야 되는 일인지 서로 합의하고 모아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을 통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농민들의 아픔을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 되고 서로 이해하며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야 농민들이 선거의 주인,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전농이나 농민단체대표가, 또는 뛰어난 전문가가 정치권에 공약을 던져주는 일은 쉽지만 전체 농민들의 요구를 묶어내고 정리하고 농민들과 공유하면서 농민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는 일은 지난하고 힘든 일이다.

농민들의 생활적인 작은 것으로부터 민족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큰 일까지 농민 스스로 발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총선과 대선을 대동 한마당으로 만드는 일이다. 억눌린 농민들의 바람을 공론화하고 실명화해서 어느 마을은 무슨 요구가 있는지 어느 정치인은 어떤 약속을 했는지 전체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수 있는 자료집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

선거가 끝나도 농민들의 바람은 여전히 남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서 여전히 투쟁해 나갈 수 있다. 선거는 누가 당선되고 누가 나를 대신해서 정치하는 공간이 아니다. 4년 혹은 5년에 한번만 투표하면 끝나는 정치가 아니라 농민들이 자신의 요구를 정식화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농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 마을 농민들은 어떤 바람이 있는지 그것을 새겨 듣는 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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