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속에 숨은 약초 돌나물

  • 입력 2011.05.23 08:3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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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한창인 요즘은 어디를 가나 돌나물들이 보인다. 돌 틈에서도 나오고 논이나 밭둑에서도 흔하고 심지어는 아스팔트 가장자리에서도 고개를 내밀며 자라는 것이 돌나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돌나물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수분을 가져 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자신은 통통하게 물이 올라 입안에 넣고 씹으면 약간 쓰기는 하지만 아삭한 식감을 주는 재미있는 식물이다.

어머니는 돌나물이 한창 나오는 이맘때면 늘 겨울을 난 봄무를 나박나박하게 썰어 넣고 물김치를 담가주셨다. 입맛이 없다가도 어머니의 돌나물물김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었는데 나는 아무리 해봐도 비슷하게 흉내만 내어질 뿐 어머니의 그 물김치 맛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늘 속이 상하곤 한다.

▲ 돌나물

내 기억에 어머니는 물김치를 담기 위해 뿌리째 걷어온 돌나물을 다듬고 남은 것들은 다시 마당가나 텃밭에다 던지신다. 잎과 줄기는 이미 다 잘리고 가는 뿌리만 남은 것들이 햇빛에 시들고 사람이나 동물들의 발길에 눌리면서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나서 어느 사이 다시 채취해도 좋을 만큼 불쑥 눈앞으로 다가오곤 하는데 그런 돌나물의 생명력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물김치로 담아 익혀 먹는 틈틈이 생 돌나물을 초고추장과 함께 밥상에 올려도 참 좋다. 반찬은 마땅히 없고 일이라도 바쁜 날에는 돌나물 한 줌을 밥과 함께 양푼에 넣고 들기름과 고추장으로 비비면 그 또한 별미로 즐길 만하다.

고추장으로 비비는 밥이 실증 날 땐 된장이나 양념간장과 함께 비벼도 좋으니 싹이 돋고 꽃을 피우기 전까지의 돌나물은 봄 한 철 우리의 집 나간 입맛을 살리는 귀중한 식물이었으나 요즘은 전초(全草)를 먹는 마크로비오틱 시대인지라 꽃이 핀 후에도 얼마든지 식탁에 올릴 수 있으니 식용할 수 있는 시기가 길어 더욱 사랑스러운 것이 돌나물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맛난 음식으로 탈바꿈하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친다거나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그 가치가 떨어질 터이지만 돌나물은 약용으로도 그 활약이 대단하다.

수분초(垂盆草)라 불리는 돌나물은 맛이 담담하며 성질이 서늘하여 열을 내려주고 독을 풀어주며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목 안이 붓고 아픈 증세와 황달에도 좋으며 열이 있어 소변이 시원하게 나가지 않을 때에도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종기가 생겼을 때도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화상을 입었을 때는 생잎을 짓찧어 환부에 바르면 화상으로 인한 열을 내릴 수 있으니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돌나물은 간과 폐로 들어가 도움을 주므로 간과 폐를 돕는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첨가해 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면 간과 폐를 더욱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초고추장을 양념으로 생절이를 해서 먹는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봄에 제철인 미나리와 함께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면 피로해진 간을 돕는 중요한 음식이 될 것이기도 하다.

농가에서야 귀찮을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잘 자라는 것이 돌나물이지만 혹여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산다고 해도 베란다 텃밭을 이용해 돌나물을 키운다면 그 왕성한 번식력으로 우리들의 식탁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니 권하고 싶다. 더구나 곰취나 쑥과 함께 우유보다 더 많은 칼슘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매력적이니 오늘 당장 돌나물을 밥상에 올리고 싶을 것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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