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많이 사용하는 품목작목반 쇠약의 길”

기존 작목반 활성화·지역특성 맞는 작목반 구성도 중요
성전영풍오이작목반

  • 입력 2011.05.23 08:32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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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기후조건을 극복하고 순수 기술력으로 오이 재배에 성공한 지역이 구례라면, 천혜의 자연과 드넓은 땅에 오이를 재배하는 곳이 있다. 강진군 성전영풍오이작목반이 바로 그곳이다.

이 작목반은 강진에서 오이를 재배하기 시작할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므로 30여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비록 지금은 작목반 회원수가 많이 줄어 6명에 그치지만 그래도 수확량과 출하량은 알차다는 평가다.

6명으로 구성된 성전영풍오이작목반은 총 4ha(1만2천평)규모의 밭에서 오이를 키워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5월 현재까지 개인평균 약 2천상자(10kg 기준, 총1만2천상자)를 생산해 냈다. 성전영풍오이작목반은 잘나갈 때는 작목반원이 50명도 넘었다고 한다. 출하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 큰 트럭에 상차를 할 때면 50미터가 넘게 줄을 서기도 했다고.

▲ 강광석 성전영풍오이작목반 회원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작목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이 작목반은 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해 공동구매사업을 활발히 벌이기도 했다. 농협 및 사기업을 대상으로 비료나 비닐, 농약 등을 공동으로 구매해 생산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공동생산, 공동계산까지는 아니지만 개별생산, 공동출하, 공동구매를 통해 개별 농가의 이익을 위해 이 같이 노력해온 성전영풍오이작목반도 한국농업의 현실, 농업정보를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생기면서 하향의 길을 걷게 됐다.

청자골오이라는 브랜드로 출하를 하고는 있지만 작목반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명목만 유지하고 있고, 친목모임, 농사정보를 교류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성전영풍오이작목반 강광석 작목반 회원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친환경농업연구회와 같은 곳이 활동이 원활하다. 그 외에는 거의 친목계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작목반이 쇠퇴의 길을 걷는 원인은 한국농업이 변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작목반을 구성해야 할 농가수가 감소했으며, 정보의 홍수로 공동구매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싼 곳을 찾아서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이 작목반을 구성해 규모를 가지고, 시장에 개입해 더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또 작목반을 통해 농산물 유통 시장에서 중도매인이 갖는 가격결정권에 농민이 개입할 수 있었으나 농가수 감소에 따라 작목반의 규모와 역할도 축소된 것이다.

강 씨는 “예전에는 작목반장이 서울에도 자주 다니며 중도매인들에게 오이 가격이 낮다고 항의도 하고, 로비도 했다”고 회고했다. 농가수가 줄어들고 나자 개별 농가들의 경지면적 증가로 이어졌다. 처음 600평 농사를 짓던 작목반 구성원들이 규모의 경제학 논리에 따라 1200평, 1800평으로 농사 규모를 늘려나가게 됐다고.

그러나 규모를 늘려도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되자 다시 600평으로 경지면적을 줄여 간신히 작목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기름 값과 같은 생산비는 오르는데, 15년전이나 지금이나 오이 가격은 똑 같기 때문에 경지면적을 다시 줄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작목반은 이제 더 이상 대안적 모델로서 의미가 없는 것일까. 강 씨는 “장흥군의 표고나 총체보리 사업단과 같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거나 새롭게 구성되는 조직들은 활성화 될 것이지만 오이, 딸기, 토마토 등과 같은 품목은 쇠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지자체에서도 성공할 만한 품목과 대상에 지원을 하게 되고, 이런 농민들을 지원하게 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며 이에 따른 결과로 ‘성공’을 하게 되면 ‘포스터농민’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강 씨는 “전남의 경우 쌀농사를 짓는 농가가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미작농민들을 중심으로 쌀농가 총회 등과 같은 활동을 벌이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비슷한 성공사례로 성주의 참외작목반을 예로 들었다.

기존작목반의 활성화가 중요하며, 시군농민회별로 ‘농사청년위원회’를 구성해 친목, 정치적 각성, 취미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강 씨는 “전남의 경우에는 미작지대를 중심으로 농민총회, 쌀농가 총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최병근 기자, 사진=유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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