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보급볍씨 동진2호 피해 커

황당한 농민들 못자리 엎고, 종자 및 상토구입에 2중고
종자원, 피해발생 원인 수확기 날씨영향 및 농가 잘못 커

  • 입력 2011.05.17 14:29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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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을 모내기철을 앞두고 불량볍씨 파종으로 피해를 본 농가들이 영농차질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불량볍씨 피해도 피해이자만 볍씨종자나 상토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2중고를 겪고 있다.

장성군 서삼면 구성호(62세)씨는 지난 9일 못자리에 모판을 옮기려다 깜짝 놀랐다. 모판에 볍씨를 파종한 다음 상자 쌓기를 해 놓고 5일이 지났지만 모가 하나도 올라오지 않고 표면에 하얗게 곰팡이만 피어 있었다.

정부보급종인 동진2호 2포대(40kg)를 구입해 물에 담근 뒤 발아기에 넣어 싹을 틔워 파종했던 구씨는 황당한 마음에 일단 주변 농가에서 자가 채취한 볍씨를 구해 다시 싹을 틔우고 있지만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민다. 

▲ 구성호씨가 정부 보급종 동진2호 40kg을 싹을 틔워 모판에 파종을 한 뒤 상자쌓기를 해놓았지만 5일이 지난 상태에서 모가 올라오지 않고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있다.

구씨는 "평생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호품벼에 대한 피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동진2호는 안심하고 있었다."면서 "다행히 볍씨는 구했지만 당장 상토를 구할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마을에서만 정부보급종인 동진2호를 파종한 7~8농가가 이와 같은 피해로 못자리설치를 다시하거나 볍씨를 새로 구입해 싹틔우기를 하고 있다.

동화면 김진식씨도 동진2호를 모판 4천여개에 파종해 못자리에 넣었지만 발아 및 생육상태가 불량해 12일경 인부를 얻어 이를 다 엎기로 했다. 당장 종자, 상토, 인건비로 500여만원을 날릴 판이다. 거기다 다시 파종해 못자리를 설치하려면 500여만원이 더 들게 됐으니 이래저래 손해가 막심하다.

김씨는 이번 불량볍씨 피해에 대해 "종자원에서는 일부 농가가 싹틔우기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다."면서 "종자원은 이번 피해에 대해 종자 값은 물론 상토 값, 인건비까지를 포함해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군 동진2호 정확한 피해상황 조사 착수

장성군은 호품벼 피해가 큰 타 지역과는 달리 보급된 볍씨 품종 가운데 동진2호에서 못자리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지난 11일부터 각 읍·면별로 정확한 피해상황을 조사 중에 있다. 피해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는 13일쯤 나올 전망이다.

올해 장성군에 보급된 볍씨 품종은 온누리 75톤에 1,518ha, 동진2호 60톤 1,202ha, 호평벼 19톤 383ha, 호품벼 2톤 50ha, 기타 9톤 193ha 등이다. 전체 보급 종 가운데 동진2호가 3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장성군농업기술센터에 신고 된 동진2호 피해농가만 84농가에 11.3톤이 접수됐다. 아직 신고 되지 않은 농가까지 포함하면 동진2호 품종에 대한 전체 피해농가 및 피해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성군은 동진2호 피해농가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호품벼와 같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방침이다. 또 대체종자 공급을 위해 정부의 공공비축매입품종에 대해 발아실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실험이 끝나는 대로 필요한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환급결정이 내려진 호품벼에 대해서도 발아 및 파종 여부에 따라 종자대금과 상토대금 등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농정과 및 농업기술센터 직원들로 대책반을 구성 현장기술지원 등 영농 철을 앞두고 모내기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종자원 전남지원 피해발생 원인 수확기 날씨 및 농가 원이 커

국립종자원 전남지원(이하 전남지원)은 이번 동진2호 볍씨발아 불량의 원인은 지난해 수확기 날씨와 싹틔우기 과정에서 농가의 잘못도 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남지원의 한 관계자는 "종자원을 통해 보급된 전체 동진2호 가운데 장성에서만 특이하게 피해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 중에 있으며, 장성에서도 대부분의 농가는 피해가 없지만 일부에서만 피해가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농가 대부분은 보급된 종자에 대해 침종, 싹틔우기, 파종, 상자 쌓기 등의 과정을 일부 생략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미 소독돼 보급된 종자에 농가에서 다시 소독하는 경우도 있어 발아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피해원인을 농가에 돌렸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수확기 이상 기후도 이번 볍씨 발아불량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평년 같으면 아무런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지난해 수확하는 과정에 잦은 비가 내려 벼의 등숙비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이번 피해는 아주 특별한 경우이다."고 종자원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동진2호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현재 농촌진흥청에 시료를 보내 원인을 검사하고 있으며, 검사 결과 종자의 원인으로 밝혀지면 호품벼 수준에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성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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