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못다 부른 해방가 (追慕詩)

  • 입력 2011.05.16 13:5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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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숙

당신의 부음을 듣고 처음엔 농담으로 생각했습니다
절대 돌아가실 분이 아니니까요
두 번째 돌아가셨다는 소식엔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정말 돌아가셨냐고 되묻는 나의 말이 떨리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전화기 저 쪽 목소리도
가늘게 떨리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시다니요 웬 날 벼락입니까
엊그제도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마주했던 당신께서
이제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시다니
하늘이 무너짐이요
당이 갈라짐입니다
다만 정신이 혼미하여
눈물만 앞을 가릴 뿐입니다

생각하니 너무나 큰 산이었던 당신께서
이렇게 짧은 생에
당신의 뜻이 아직 바람에 흔들리는데
이제 당신은 가고 없다니
허전한 자리를 쓰다듬으며
당신과 함께한 날들을 기억 합니다

가난한 농촌 잘려진 조국에서 태어나
난마처럼 얽혀버린 이 땅의 모순 속에서
항상 청년으로 사셨던 그리하여
시대의 모순을 걷어치우려 동분서주 하던 당신에게
우리는 늘 설늙은이 거나 철부지들 이었습니다

아스팔트 농민을 지어 부르며
농민들을 스스로 모지리로 부르며
시위대가 모이면 아이처럼 좋아하시더니
이제 무엇으로 낙을 하시렵니까
노동자, 청년, 학생, 여성동지들이
친구처럼 달려 안기던 그 모습을 어찌 버리고 가신 답니까
농민해방, 민중해방이라는
시대의 과제를 어깨에 메고
하나도 무겁다 않고 기꺼이 걸어가신
시대의 거인이시여!
그래서
해방투쟁의 길은
모지리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단순한 말씀은 더욱 힘찬 민중의 사상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진리들이 먹물들 앞에 큰 종소리로 울리며
시대의 구석구석을 적셨습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선의 발전강화를 이룬다던
농담 같은 사자후 獅子吼는
이제 들을 수 없습니다
제3세계인민들의 자유와 연대를 통한
변혁을 꿈꾸며 함께 손잡았던 동지들을 볼 수 없습니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대답하지 못할 곳으로 가시는 당신
당신과 함께 해방가를 부르고 싶습니다
너무합니다 보내드리기 아쉽습니다

동지들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당신이 못다 부른 해방의 노래가 들리십니까
당신이 어루만지던 동지들의 얼굴이 보이십니까
팔대를 하늘 높이 쳐들며 결의에 찬 표정들이 마음에 드십니까
남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유산은 
당신을 그리워하며
당신을 우러르며
당신을 사모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는 해방의 노래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남긴 자취는 역사가 됩니다
당신의 노래도 당신의 사상도  역사가 됩니다
당신의 검고 뜨거운 아스팔트도
당신의 육신도 역사가 됩니다
못다 한 노래와 못다 한 기록들이 역사가 됩니다
역사가 됩니다
우리는 그 역사와 함께 당신이 서서 사자후를 토하던 광장에
다시 깃발 들고 나설 것입니다
당신이 못다 부른 해방가를 목메어 부를 것입니다
농민의 어버이
민중의 벗
고 정 광 훈 동지여
부디 영면하시라

<한도숙 13기 전농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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