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FTA,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 입력 2011.04.25 01:05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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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비준을 둘러싸고 협정문 번역이 잘못되었느니 어쨌느니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말이 불거져 나온다. 이미 진행된 EU FTA 협정문에 학급급식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아 광역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 관련 농산물을 재정으로 조달할 경우 외국산 농산물의 차별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친환경학교급식이 실시되면 아이들의 건강만이 아니라 농민들의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학교급식 논쟁은 초기에는 식재료의 기준을 두고 ‘친환경농산물인가? 우리농산물인가?’를 둘러싸고 공방이 지속되다가 최근에는 친환경농산물로 당연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 오미란 사무총장

또한 직영이냐 위탁이냐 논쟁 끝에 점점 직영으로 전환하고 있고 무상급식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무상급식 쪽으로 환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자국농민을 보호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둘러싸고 또 다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급식이 한국농업을 살릴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농민들은 학교급식이 실시되면 생산한 농산물의 제값받기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먹을거리 체계를 수립하여 영세한 농민들을 보호하고 아이들에게도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부에서도 식생활교육지원법을 만들어 아이들의 식문화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학교급식에 자국 농산물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 모든 것이 허사이다.  

급식의 생명은 건강한 먹을거리이다. 식재료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앞 다투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서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고 공동구매를 실시하는 등 학교급식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즉 로컬푸드(지역먹거리 체계)가 학교급식의 생명인 셈이다. 로컬푸드는 식재료의 신선도와 영양을 최대화하기 위해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한다. 그런데 EU FTA 협정에서는 이를 보장받지 못한다. 급식센터를 만들고 식생활교육지원법을 만들고 학교급식법이 있는 들 식재료의 건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학교급식을 단순히 아이들의 먹을거리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생존, 특히 지역먹거리 체계의 복원을 통한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라는 꿈에 한걸음 다가가는 희망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따라서 FTA라는 국제조약이 그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내 부모형제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농어촌의 공동화를 걱정하면서 귀농, 귀촌운동까지 벌리는 마당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구제역이니 뭐니 요즘 농민들 살기가 참으로 막막하다. 아니 지역이 살길이 막막하다. 농민들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지역이 더 공동화되기 전에, 모두의 가슴에서 고향이 사라지기 전에 소 잃는 일이 없도록 FTA 협정문을 다시 개선해야 한다.

학교급식 관련 법조항에 우리농산물에 대한 조항을 반드시 명기하고 FTA협정문 정부조달 규정에 학교급식 예외조항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이것이 농민의 살길이고 지역의 살길이고 고향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자.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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