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억시니(夜叉)

  • 입력 2011.04.25 00:5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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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한담을 즐기다가 들은 옛 날 이야기 한토막이다. 필자의 과수원이 자리한 곳이 돌팍재이고 그 고개마루쯤에 공동묘지가 있다. 동네 형님이 고등학교를 수원에서 다녔는데 토요일이면 밤늦게 집으로 오는 길목이 공동묘지였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어린자식을 아버지는 공동묘지 어름에서 기다리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공동묘지라는 공포를 가슴에 품은 아들, 그리고 아버지도 태연하지만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상태에서 둘은 달빛에 참나무 숲 사이로 비친 상대들을 어렴풋하게 보고는 아버지는 놀라자빠지고 아들은 걸음아 살려다오 하며 집으로 혼비백산하여 돌아온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서로를 귀신으로 오인한 것이다. 바로 이 귀신이 두억시니다.

우리민속에 등장하는 토속귀신의 일종이다. 흔히 성장기에 꿈을 꾸다가 가위눌림을 당하면 두억시니가 나타났다고도 한다.  실제의 공포보다 가상공포가 확대되는 심리적 현상을 나타낸 것을 귀신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두억시니는 야차라고도 하는데 이는 민간에서 두억시니를 한자로 차용하면서 만들어진 혼동으로 보인다. 본래 야차는 성질이 포악하고 간사하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귀신이나 부처가 절간 초입에 절을 지키는 귀신으로 붙들어 놓았다고 한다.

4월 27일이 보궐선거일이다. 자신들의 삶을 지지할 대표자를 뽑는 행위이다. 그런데 보궐 선거가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이유가 선거법위반으로 당선자가 자격을 상실한 이유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그럴싸한 인물들이 제 잘난 맛으로 표 하나를 구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선거판이라고 한다. 난장판이나 시장판인 것처럼 누군가의 피의 대가로 만들어진 고귀한 선거행위를 선거판이라고 얕잡아 말하게 됐다.

고무신 선거에서 막걸리 선거가 있었고 지금은 소위 브로커 선거판이다. 표를 움직이는 유력자들이 표를 몰아주고 대가를 구하는 것이다. 선거판을 판답게 만드는 것은 ‘총알’이라고 한다. 전쟁터가 아님에도 총알이 없는 쪽에 브로커는 가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판이나 난장판이 선거판과 동격이 돼버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있지도 않은 공포를 만들어 내고 가위눌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선거의 공포는 다름 아닌 냉소주의, 패배주의, 허무주의다. 그래서 결국 표는 지연과 혈연, 학연 그리고 돈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두억시니 보다 더 무서운 해악으로 다가왔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농촌의 선거는 농업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두억시니를 몰아내고 진정한 농민대표를 농민들이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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