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의 씨앗을 뿌리자

  • 입력 2011.04.18 10:59
  • 기자명 최재관 여주군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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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농사일은 여럿이 어울려 해야 일도 쉽고 효율도 나고 한 잔술에 즐거움도 넘친다. 특히 마을의 노인네들이 나이가 점점 많아지면서 동네 못자리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농업 기계의 발달과 농촌의 상업화는 공동의 농사를 각 개인별로 짓도록 발전하여 왔다. 이앙기의 발달로 두레나 품앗이가 없어지고 각자가 모내기를 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하우스 농가는 서너 명씩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겨우내 상추를 심고 구제역 한파에 상추 가격 폭락으로 다시 농가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농업협동의 대명사인 농협은 얼마 전 신경분리를 통해 협동조합이 아닌 기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농협의 주인이 농민 조합원이라지만 그것은 말뿐인 수사이고 이제 주식과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움직인다.

지역농협 또한 개별지역 농협의 연합체인 조합 공동사업 법인을 만들어 경제 사업을 담당한다. 이 또한 1인 1표의 협동조합 원칙은 사라지고 출자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 주어지도록 바뀌었다.

우리 농민조합원들은 껍데기뿐인 지역 농협에 선거권만 있을 뿐 지역 경제사업 공동체인 조합 공동사업법인의 의결권이나 농협중앙회에 대한 투표권 한 장 가진 것이 없다. 이제 그나마 지역 농협의 선거권마저 농협법의 개정으로 2015년까지 행사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러고도 농민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 도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배 봉지를 쌀 노인네가 없어 과수농가가 무너지고, 고추를 딸 할머니가 없어 고추농사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기름 값은 폭등하는데 대규모 기계에 화학농업으로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한가.

대를 이을 농민이 없는데, 소농이 무너지고 베트남 청년, 중국 아줌마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얼마나 더 지속가능한가. 우리 농업이 우리나라가 존재하는 한 지속 가능해야하고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사라져 가는 농민들을 지키고 새로운 농민들을 육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농업의 미래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3만 원 이상 난 화분이 뇌물이라고 하는 정부를 보며 한숨짓는 꽃농가. 1만원 화분 값에 2만원 배달 비 주고나면 뭐 남느냐고 하소연 한다.

구제역 보상비 받아서 농민이 골프를 친다고 바람 잡더니 이제 땅에 묻은 소값의 80%밖에 못준다고 말 바꾸는 정부, 지난해 쌀값이 폭락하자 앞으로 1년간은 비축미를 풀지 않겠노라고 해놓고 물가주범이 쌀값이라며 비축미를 방출하는 정부에 울화병이 생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재를 할 때도 연필로 한다는 소문이 있다. 결재했다가도 그때그때 지우고 새로 쓴다는 농담에 쓴웃음을 짓는다.  

지금 농촌에 필요한 것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거대 농업회사나 식품기업이 아니다. 그리고 수 천 명 조합원, 많게는 수 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한 독점 농협도 아니다. 십여 명의 작목반이 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백 여 명의 마을 영농회가 협동하는 일, 수 백 명의 영농조합 법인, 작은 농업회사 법인, 그리고 지역 농협들이 서로 서로 협동 조직 간에 협동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속에서 조그만 텃밭이라도 일구며 이 땅의 식량주권에 실제 도움을 주는 소농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겨울이 춥고 길어도 그래도 봄은 온다. 오늘도 씨앗을 뿌리는 농민들의 소박한 마음으로 황토빛 상토에 협동의 씨앗을 뿌리자.

최재관 여주군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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