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젊은 농민이 지켜야

[특별기고]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청년포럼 참가기

  • 입력 2007.11.05 07:55
  • 기자명 신지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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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연 전여농 사무국장
10월20∼25일까지 7일간 태국에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청년포럼에 참가했다. 이 포럼은 농민조직안에서 청년들의 역할과 지역에서의 청년들의 역할, 식량주권·공동체를 실현하는데 청년들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교류하는 자리이다.

우리가 숙소로 묵었던 사라피 센타는 태국의 북부농민연대의 사무실 역할을 하는 곳인데 우리나라에서처럼 사무실의 개념이 아닌 교육·회의 장소, 생산의 활동까지 할 수 있는 6천평의 대지에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는 유기농업과 지역약초에 대한 생산과 연구도 하고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종자은행도 마련돼 있었으며 각종 과실수와 동물들을 키우고 있었다.

포럼에서는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태국, 동티모르, 필리핀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각 나라의 조직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있었고, 각 나라의 청년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소개도 함께 이루어졌다. 각 국에는 청년모임이 농민운동조직안에 있어 활동을 하고 있었고 우리나라보다 더 초고령 농촌사회를 이루고 있는 일본에도 노민롄(일본의 농민운동조직)안에 청년모임이 있었다. 여기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아주 적은 수일지라도 농촌에 젊은 청년이 있다면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농사를 계속 지으며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농촌지역 후계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고민과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태국에서의 현장방문은 카엥수텐과 메타 지역, 유기농 시장을 방문하였는데 카엥수텐은 댐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곳이었고 메타 지역은 대안농업운동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천연자원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

먼저 카엥수텐지역은 카엥수텐 댐 건설 프로젝트에 대항하고자 1989년 지역주민들은 ‘숲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했고, 댐건설사업에 저항하는 것 외에 이 모임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과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지켜온 지역이다.

댐이 생겼을 때 마을의 대부분이 수몰이 되며 특히 숲이 훼손되고 수몰되는 것에서 마을 사람들은 지역에 있는 숲과 강, 천연자원에 대한 조사사업을 하였다. 86종의 어류가 있고 30여종이 넘는 버섯과 허브가 자라고 있는 숲과 목재재료로 쓰이는 나무들에 대한 조사사업을 하며 여기가 수몰이 되었을 때 자연이 얼마나 훼손되고,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공동체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알려내고, 이런 천연자원들은 정부나 다국적 기업의 것이 아닌 여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것임을 알려내었다. 땅, 물, 공기, 천연자원 등을 이용하고,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농민들의 권리임을, 댐을 반대하고 공동체를 지키며 숲을 보호하는 것이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일임을 마을주민들은 알고 있었고 실천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지역은 메타지역이다. 4천여명의 주민들이 옥수수, 야채, 망고 농사와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 지역은 1967년부터 ‘신계획’농업이 강력하게 진행되었다. 즉 많은 양의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사용, 농기계 사용이라는 고투입 농사 방식으로 인해 땅이 황폐화 되고 높은 생산비로 농민들은 부채에 허덕이게 된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을

또한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계약을 하면서 옥수수와 담배의 단작화가 이루어지고 토종씨앗대신 다국적 기업의 종자를 쓰게 되었다. 다년간 단작농업을 하면서 이런 농업방식이 높은 생산비와 토질악화, 농가부채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1992년부터 자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해나가기로 마을 주민들은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메타지역의 농민들은 자급자족의 생활방식을 찾아나갔고, 주변환경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이용하여 생산비가 줄어들고 농민들이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으며 농가부채도 점점 줄어들어 자치적인 농업협동조합을 건설할 수 있었다.

도시로 떠났던 젊은 이들도 돌아와 ‘지속가능한 농업연구소’를 세우고 농사기술 보급과 지도 연구활동을 하였으며 농업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에게 식량주권에 대한 교육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다국적 기업의 위험성을 교육하며, 영농지도와 농산물판매사업까지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 대출을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때만 대출을 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기 위한 인재개발, 육성도 협동조합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포럼의 마지막날 참가자들은 7일간의 현장방문과 토론, 포럼의 결과로 앞으로 동남동아시아 청년농민들이 해야할 일을 기자회견의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우리는 WTO, FTA, IMF등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천연자원의 침략, 민영화에 반대하며, 종다양성과 토종씨앗을 지키고 환경보호를 하며 지속가능한 농업, 식량주권의 올바른 이해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하고 앞으로 청년조직을 강화하고 연대를 강화할 것을 결의하였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때에는 이 많은 감동과 희망, 성과를 어떻게 우리나라 농업과 조직에 전파해야 할지, 계획과 희망에 차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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