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곡물시장, 위협받는 식량주권

  • 입력 2007.11.05 07:48
  • 기자명 윤병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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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선 건국대 교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부소장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외국산 곡물에 의존하는 국내 사료는 지난 1년 사이에 가격이 30%나 상승해서 한미 FTA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주요 가축의 생산비 가운데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우(비육우) 27.1%, 돼지(비육돈) 45.6%, 젖소(우유)는 53.2%나 된다. 이러한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은 식료품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점 치닫는 국제곡물 가격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곡물생산의 한계와 브릭스(BRICs)의 급격한 경기팽창으로 인한 곡물수요의 급증 등으로 인해서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견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적, 구조적 요인이 함께 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곡물수급동향(시카고상품거래소기준)에 따르면 작년 9월 부쉘(약 25.4kg)당 4달러였던 소맥가격은 1년 사이에 8.40달러가 되어 무려 1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의 부쉘당 가격도 2.32달러에서 3.31달러로 40%이상 올랐고, 대두의 경우는 부쉘당 5.37달러에서 8.91달러로 66%나 올랐다.

소맥의 경우 2006년 이후 미국 주산지에서 기상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호주의 가뭄으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지난 봄 이후 소맥가격은 반년 만에 거의 배 가까이 올랐다. 옥수수도 지난해 여름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서 불과 반년 사이에 부쉘당 4.5달러 가까이까지 치솟은 후 현재는 3.3달러 수준에 있다. 대두는 2006년 여름이후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아직도 정점가격을 기록하지 못한 채 상승하고 있다.

킹의 법칙(King’s Law)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농산물가격은 조그만 수급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수급핍박만으로 현재의 곡물가격 급등을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곡물가격의 급등을 부추긴 세력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투기자본이다.

더욱이 세계곡물시장이 소수의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지배하는 과점구조라는 것도 이들 세력이 시장에서 발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내 소맥가공부문은 상위 4개사가 60%이상 지배하고 있으며, 옥수수가공부문은 80%에 가깝고, 대두가공의 경우는 8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런 곡물시장을 투기자본의 난장으로 만든 것은 부시 미 대통령의 바이오연료정책이었다. 부시 미대통령이 지난 1월 일반교서연설에서 이른바 ‘20 in 10’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2017년)내에 가솔린의 소비량을 현재보다 20% 삭감하기 위해서 연간 350억 갤런의 에탄올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부시의 바이오연료정책의 이면에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로비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1980년대부터 에탄올 개발 등 착유사업을 전개해 온 ADM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DM은 곡식을 식량용과 연료용으로 동시에 취급하는 이중적 위치를 활용해 곡물 메이저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왔다.

승인된 GM작물 품목수가 작년 말 현재 111건으로 세계 최대인 미국계 바이오 메이저(몬산토, 두폰 등)들도 바이오연료정책의 또 다른 수혜자이다. 바이오메이저와 미 행정부 사이의 ‘회전문’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곡물가격의 급등은 지난 상반기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메모리반도체의 무역흑자보다 많을 정도로 한국경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바이오연료정책의 경제성에 대한 확신이 사라져서 현재의 곡물가격급등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세계 곡물시장의 구조상 식량위기 상황은 인위적으로 연출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취약한 상황을 투기자본이 농단하는 세계곡물시장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관행농업 깊은 반성 필요

아울러 수입산 곡물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축산체계 뿐만 아니라, 외부자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관행농업에 대해서도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지역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유기적인 생산체계와 경축(耕畜)순환을 확립하는 것도 식량주권의 확립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이 글은 참여연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참여사회’11월호에 게재된 글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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