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에 농민은 없었다

  • 입력 2011.03.14 10:2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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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되었다. 지금 까지 농협법 개정의 역사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농민이 주인 되는 농협, 경제 사업이 중심이 되는 농협을 갈구하는 농민들의 간절한 희망은 항상 외면되었다. 지금껏 농협법 개정은 농협중앙회의 뜻을 벗어난 적이 없다.

현재의 통합 농협법 역시 지난 2000년도 농협중앙회의 뜻과 여기에 동조한 관변 농민단체들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된 농협법 역시 세계적 금융위기를 구실 삼아 협동조합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종합 금융 그룹으로 변신하겠다는 농협중앙회의 속셈이 그대로 반영 된 채 개정되었다.
이번 국회의 농협법 개정 논의 과정을 보면 농민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미 작년 11월 농민단체들이 모여 농협법 개정을 위한 단일안을 만들었다. 농민단체 단일안은 농협 개혁 역사상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농민단체 단일안은 작년 11월 최인기 농식품위원장을 통해 국회에 제출 되었으나 12월 열린 농식품위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농민단체 단일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농민단체 단일안은 국회에서 무참히 묵살되고 정부안을 가지고 농협과 농식품부 그리고 유관 부처와 줄다리기만 물밑에서 진행되었던 것이다. 농민단체에서 강력하게 주장하였던 연합회 방식의 신경분리와 경제사업연합회의 농협중앙회 자본금 승계 등은 논의의 대상도 되지 못했다.

이미 농협중앙회에서 마련된 소위 메킨지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부안을 가지고 부족 자본금의 정부지원 규모, 세금 감면 문제, 보험업법 적용 유예문제 등만이 첨예하게 논의되었고 이것이 합의 조정되면서 국회 농식품위 법안심사소의를 거처 상임위 통과에 이른 것이다.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은 최인기위원장이 제시한 경제사업 활성화 관련 상징적 조항을 넣는 것을 명분삼아 그간 농민들과의 논의를 묵살해 버렸다.

3월 2일 최인기 위원장은 전농 의장과 대화에서 정부안은 완성된 것이 아니고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이 확고하게 마련되지 않아 이번회기에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하루 만에 거짓 약속이 되었다. 3일 농협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 통과 후  최인기위원장은 전농의 의장과 면담 자리에서 경제사업 활성화를 명문화 했고, 경제 지주에 보유자본금의 30%를 우선 배정하기로 하여 처리하였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미 농협 정부 국회의 한나라당, 민주당은 농협법 처리에 합의가 끝이 났던 것이다. 개정된 농협 법은 무늬는 농협개혁의 오랜 숙제인 신경분리를 이루어 놓았으나 농민이 주인 되는 농협, 경제 사업이 중심이 되는 농협, 협동조합의 원칙이 구현되는 농협과는 거리가 멀다.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 분리를 통하여 대형 금융지주회사는 결국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농민들의 우려가 가볍지 않다. 농민들이 피와 땀으로 마련된 민족 자본이요 농민자본이 국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결국 이것은 농협이 농민들의 이익 실현이 아니라 투자자본의 이익 실현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은 사라지고 투기 자본을 위한 농협으로 생존할 것이 명약관화 하다. 오늘날 농협이 이렇게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농민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농협은 농민들의 것이라는 국민들이 인식 때문이다.

농협을 이용하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돕고 농민들을 돕는다는 마음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농민들이 노력과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애정이 농협 뒤에 숨어 있는 투기자본의 배를 채우는데 이용되는 구조로 농협법이 개정되었다.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농협 개혁 특히나 농협중앙회 개혁은 그 내용이 일반 농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그간 농협중앙회는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경분리를 하면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던 농협이 국제 금융위기 이후에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을 위해 절치부심 해 왔다. 인수과정에서 농협중앙회장의 비리로 시끄러웠던 세종증권인수 역시 종합금융그룹으로 가기 위한 준비의 일환 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대통령의 농협 개혁 주장을 틈타 겉으로는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지주를 통한 종합금융 그룹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는 10여년의 숙원이던 신경분리를 이루었다는 성과를 대통령의 치적으로 남기는 쾌거(?)를 챙겼다. 

 이번 농협법 개정과정에서 농민단체들은 역사적 합의 안을 만들어놓고도 힘 있게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지 못했으며, 무기력한 대응 또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특히나 농민단체 합의안을 함께 만든 일부 농민단체는 자신들의 합의안이 휴지 조각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통과 후 환영 성명을 발표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것이 오늘 우리 농업을 둘러싼 현실이다. 현장농민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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