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대응,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일본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의 제정과 발전

  • 입력 2011.03.07 13:02
  • 기자명 송원규 상임연구원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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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급률과 농산물수입국의 입장 등 비슷한 농정의 여건으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자주 비교하고 참고한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에서 배우려면 단순히 자급률 목표나 수치상의 비교보다 농정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일본은 1993년 UR협상의 타결, 식량자급률의 저하와 농민의 고령화, 후계자 부족 등 농업여건의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1999년 기존의 농업기본법을 폐지하고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을 제정했으며, 이에 따라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자급률 제고라는 측면에서 평가해보면 처음 수립된 1기 기본계획은 자급을 식량안보와 경쟁력 측면에서의 농업진흥이라는 저비용 농업 노선을 강조했는데, 2005년 수립된 2기 기본계획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와 식생활교육 등 풀뿌리로부터의 자급률 제고라는 관점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하지만, 풀뿌리 농정의 측면은 고이즈미 정권이 “21세기 신농정”을 통해 “세계화 농정”이라는 신자유주의 농정을 펼치면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변화의 새로운 계기는 정치적 측면에서 고이즈미의 퇴진과 세계 식량위기, 농약만두사건 등 연이은 먹거리안전 사고 등으로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21세기 신농정 2008”에는 식량자급이 식량위기의 상황에 대처하는 근본적 대응이라는 인식이 담기게 되었다. 2010년 수립된 3기 기본계획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에서 ‘자급’의 의미

일본의 농정을 바라보며 한국에서는 정부와 농업계가 완전히 다른 시사점을 찾은 것 같다. 농민단체들은 일본에서 식량자급률 제고 시책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하는데 정부는 해외농업개발이나 기업의 농업진출 등을 도입하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일본은 미쓰비시, 미쓰이 같은 종합상사들이 1980년대부터 미국 내 곡물저장시설(지방대도시 곡물 집산지의 터미널 엘리베이터, 미시시피, 미주리, 일리노이 등 강변 엘리베이터)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곡물메이저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일부 유통영역을 만들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과정에서 초국적 농식품회사들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성장한 이 시점에 한국이 곡물확보를 위한 유통영역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식량자급률 50% 달성을 위해 25%의 자급을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달성한다는 허황된 계획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첫째, 식량위기의 시대라는 인식 속에서 자급(自給)을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2010년 기본계획을 통해 쌀에 대한 자급률 목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식용 100%를 유지하고(전체 96%), 소맥, 대맥, 대두는 생산 증대를 전제로 자급률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열량자급률은 식량의 절반을 자급한다는 목표 하에 50%로 상향 조정하고, 사료자급률은 사료용 벼 및 기타 사료곡물 생산 증대를 통해 38%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자급률의 목표는 있지만, 이를 달성할 구체적 방안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둘째, 지산지소와 식생활교육 등 풀뿌리로부터 자급률 제고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일본은 자급률목표수립을 위해 농민, 소비자, 학계 등 각계의 여론수렴과정을 통해 확정했다. 또한, 2008년 식량위기를 겪고 나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국민운동인 ‘Food Action Nippon’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틈만 나면 밀실행정을 일삼고, 농민들을 분열시키려 농업선진화위원회라는 일방소통을 통해 농정혁신을 이야기하는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진정 무엇을 배워야할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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