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황제 두릅

  • 입력 2011.03.07 11:05
  • 기자명 한경임 연구원 약선식생활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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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왔다. 영하의 날씨로 기온은 떨어졌지만 이미 봄을 만나 촉촉해진 땅에는 지난해 묵은 잎 사이로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밭두렁이며 개울가에 반가운 봄나물들이 너도나도 손을 내밀 것이다. 냉이, 달래, 쑥, 개망초, 씀바귀, 소루쟁이, 고들빼기 등등 봄나물이 지천인 들녘을 상상만 해도 봄바람 난 처자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난다.

봄나물 하면 밭두렁이나 개울가, 산자락에 솟아난 새순을 떠올리지만 나무에서 나온 새순도 훌륭한 봄나물이다. 특히 산나물의 황제, 왕자라고 불리는 두릅은 맛과 향이 뛰어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릅은 4월 초순부터 채취할 수 있는데 쇠붙이에 닿으면 다음해 죽을 수 있어 꼭 손으로 나뭇가지를 젖히고 따야한다고 한다. 두릅나무는 뿌리만 있으면 어디에 옮겨 심어도 잘 살아날 만큼 생존력과 적응력이 강하다. 겨우내 응축해놓은 영양분과 기운을 끌어올려 가지 끝에 새순으로 내놓았으니 노곤하고 나른한 봄에 기운을 차리게 하는 맞춤보약이다.

두릅은 독활이라 불리는 땅두릅과 나무두릅으로 크게 나뉜다. 낙엽관목에 속하는 나무두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주로 산의 계곡처럼 돌이나 자갈이 많은 양지바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릅나무의 새순이 흔히 말하는 두릅이다. 나무두릅은 참두릅과 개두릅으로 나뉘는데 새순이 초록빛으로 맛이 뛰어나며 크기가 굵고 가시가 없어 부드러운 것이 참두릅이다. 개두릅은 참두릅보다 맛이 떨어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새순이 붉은 빛이며 참두릅과 달리 새순에도 가시가 있다.

한방에서는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를 총목피라 하여 약재로 써왔는데 당뇨병과 위장병, 심장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뿌리껍질 부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혈당을 내리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두릅을 영양학적으로 살펴보면 우수한 단백질이 많고 섬유질, 무기질이 풍부한데 특히 칼륨은 100g당 440mg이나 함유되어 있다. 칼륨은 몸속에 있는 나트륨 배설을 이끌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두릅 특유의 떫고 쓴 맛은 사포닌 때문인데 사포닌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주므로 두릅은 고혈압 환자나 당뇨환자에게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나무두릅과 달리 땅에서 난다 하여 땅두릅이란 이름을 얻은 땅두릅은 한약재인 ‘독활’의 새순으로 잔털이 많이 나있는데 잎과 줄기에서 두릅냄새가 나는 풀이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독활이라 부르며 감기, 두통, 관절염에 약으로 쓴다.

두릅은 고유의 알싸한 향과 떫고 쓴 맛을 살리려면 살짝 데치거나 날로 먹는 것이 좋다. 보통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갖은 양념으로 나물을 무치거나 튀김, 산적, 장아찌로도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생명력이 강해 어디든 잘 자라 뒤뜰이나 마당 한구석 몇 그루만 심어도 두릅나무는 나른한 봄철 내내 황제의 밥상을 내어줄 것이다. 조심스럽게 딴 새순을 황제의 선물이야 하면서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으리라.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에서 꾸기엔 너무 과분한 꿈일까? 지난해 봐두었던 산자락에 보자기 하나 챙겨 봄나물 뜯으리라  생각하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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