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고통의 끝은?

  • 입력 2011.02.28 09:43
  • 기자명 전기환 전농 강원도연맹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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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영하 20도를 넘나들던 혹한은  봄눈 녹듯 사라져 농촌들녘은 제법 봄 냄새가 밀려오고 있다. 그러나 혹한의 추위보다 더 농민들을 춥게 한  구제역의 혹한은 아직도 농민들을 움추리게 하고 농촌을 무겁게 뒤덮고 있다.

구제역 재앙이 쓸고 간 지금 농촌은 구제역이 창궐한 시기 보다 더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피해농가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있고 재 입식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고 하지만 농민들은 믿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현실가를 보상한다고 하는 피해농가의 대책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피해농가들에게 지급된 보상비는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100%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가격은 폭락되어 정상적인 가격이 아님에도 현 시가를 기준으로 보상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더더욱 소사육기반이 붕괴하면 최소 2년이 지나야 소득이 발생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인 생활안정자금과 이자 감면의 대책은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요즘 축산농가가 갖는 불안은 구제역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함께 구제역 종식 이후 축산에 대한 우려이다. 이후 축산에 대한 우려는 구제역, AI, 부르셀라 등 가축질병의 상시 발생 국가가 된 지금으로서 어떤 문제보다 더 가축질병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구제역을 종식시키기 위해 처방한  백신 후유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후 정기적인 백신처방이 논의 되면서 축산농가들은 이러다가 한우 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지금도 1, 2차 백신접종 이후 유산, 사산, 기형으로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 농장에서도 2월7일에 태어난 송아지가 기립불능으로 폐사했고 4월에 분만할 소가 사산되는 등 이후 태어 날 송아지 상황이 더 걱정이 된다.

정부에서는 백신피해에 대해 80%를 보상한다고는 하지만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생산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가 불안하다. 가축질병 예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상시적인 가축질병으로 기반을 보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농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산지 소값의 폭락이다. 이동제한이 해제 되면서 가격폭락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한우의 경락단가는 구제역 발생 전보다 kg당 4~5천원이 하락되었으며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의 감소는 장기화 될 우려가 높아 만성적인 소값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축산농가의 소득이 감소되어 농가 경제는 위축되고 있다. 농가경제의 위축은 지역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힘들 지역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올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구제역 이후 대책은 ‘방역선진화’로 초점이 잡히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비록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식량의 자급을 제고하기 위한 축산기반의 안정화, 친환경적인 가축생산을 통한 안전한 축산물 생산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이틈에 정부가 추진하려는 소수 축산인을 위한 선진화 정책을 밀어 붙이려는 얕은 수를 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축산당국에서 흘리고 있는 축산선진화 정책은 축산허가제 실시, 축산농가 통제강화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금번 구제역 국가재난상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농가들의 무분별한 가축사육이 아니라 정부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초래된 규모화, 집단화 사육과  방역체계의 혼선과 초기 차단의 실패였다. 더 이상 농가를 통제하지 못해서 발생했다는 무능정부의 독선에서 벗어나 농민중심의 축산정책을 마련해야한다.

지금의 축산 기반 붕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현지 산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무관세로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폭락되고 있는 산지가격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농민들이 안심하고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축산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축산정책이 경쟁력을 중심에 둔 규모화였다면 지금부터 해야 하는 것은 적정생산목표를 정하고 이를 생산할 기반을 마련하여 안전한 축산물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역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책의 실패로 무수한 산짐승을 생매장시킨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과 농민에게 사과하고,  방역본부신설처럼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형식적이고 여론무마용이 아닌 농업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농민들의 요구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헤아렸으면 한다.

전기환 전농 강원도연맹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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