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농민들 4대강 승소, 상식이 통했다

  • 입력 2011.02.21 10:28
  • 기자명 최요왕 두물머리 유기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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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이러한 이유로 두물머리 지역에 대한 하천부지점용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한다!”

(수원지방법원 하천점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 판결문 중에서)

지난 15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두물머리 농민들은 울었다.

2009년 10월, 그리고 2010년 2월 강제측량을 막다가 끌려가면서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울었던 농민들이 이번에는 너무 기쁘고 감격해서 울었다. 그래도 함께 법원에 오지 못한 두물머리 농민들과 천주교연대분들, 시민단체에 빨리 승소 소식을 알렸고 그 다음부터 쇄도하는 축하 메시지와 전화들…

그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 30~40여명이 모였다. 최소한 오늘 하루만큼은 승소의 기쁨을 만끽하자면서, 서로 서로 부둥켜안고 축하하면서 울었다. 울면서 웃었고 웃으면서 울었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여러 언론에서 취재가 오고 인터뷰 요청 등에 정신없는 상황, 이를 테면 자고 나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기분이랄까. 마침 17일이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 1주년이 되는 날이라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면서 양평 두물머리는 축제분위기가 되었다.

▲ 최요왕 씨

 

법률용어가 너무 어렵고 많아서 판결의 요지를 그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지만 대략 이렇다. 두물머리 13명의 농민은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하천법 등을 위반했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업이므로 이에 근거한 하천점용허가 취소는 부당하다는 것, 또 유기농업을 못하게 할 만큼 공익적이지 않아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의 위법성과 하천점용허가는 법률효과를 달리하기에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두 번째 판결이다. 재판부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므로 점용허가 취소는 위법이라는 우리 주장을 인정했다. 즉 두물머리 지역에서의 4대강 사업으로 얻어지는 공익보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유기농업을 해왔던 농민들의 농업이 더 중요하므로 원래의 약속인 2012년까지의 점용허가는 지켜야 한다는 것. 그래서 ‘두물머리 지역의 점용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아마 어느 정치인이 했던 말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말이 있다. 그 동안 두물머리 농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던 건 농민들을 쫓아내는 정부의 주장과 태도가 도대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가하천인 두물머리 지역이 정말로 ‘정당한’ 국가사업을 위해 필요하니 농사를 접고 나가 주셔야겠다. 대신 다른 데서 농사지을 준비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시라. 그에 필요한 보상과 지원은 성의껏 해 주겠다’고 애초부터 일을 풀어나갔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정당하지도 않고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며 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더 가지게 만들기 위해 나약한 농민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는 4대강 개발 사업을 위해 정권이 한 짓은 ‘국책사업이니 나가라’는 말뿐이었고 농민들이 반발을 하자 기껏 들이댄 이유가 ‘유기농업도 수질에 해롭다’였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굳이 유기농업을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농업이 수질오염원이라면 몇 천 년 동안 농업국가였던 한민족의 터전인 한반도의 강물들은 진작 망가져 경기도 홍보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똥냄새 풀풀 나는 썩은 강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번 판결에 눈물이 나는 이유가 처음으로 상식이 통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아프고 또 슬프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변에서 없어지는 그 많은 옥토, 거기에서 쫓겨난 정말 눈물 나는 우리 농민형제들… 강변에서 농사가 얼마나 잘 되는데, 손에 한 움큼 쥐면 느껴지는 그 시커멓고 부드러운 흙살…

감히 말씀드리자면 강변에서 농사를 짓는 게 절대 나쁜 짓이 아니라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서 농사꾼들은 다시 강변으로 돌아와 재미있게 살진 옥토에서 농사를 짓고, 서민들은 채소 값 파동으로 억장 무너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러한 때에 농민단체들의 역할은 없는 것일까? 4대강 사업으로 8천만여 평의 기름진 옥토가 한순간에 없어져버리는 상황에서 농민단체들은 홍수에 떠내려가는 윗동네 초가집을 망연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아랫동네 사람처럼 ‘저걸 어떻게 해야 되는데’ 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것 같다.

농민단체들에게 4대강 사업이 어떠한 의미인지, 농정신문의 지면을 통해 묻고 싶다. 어깨가 무겁더라도 지고 가야 될 짐을 버리고 가면 안 되는 것이다.

최요왕 두물머리 유기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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