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설날을 맞는 농민들

  • 입력 2011.01.31 10:4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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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농사 격언에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겨울이 추워야 병충해가 없다고도 한다.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기온도 30년 만의 한파라고 할 만큼 추위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올해 풍년 농사의 기대와 희망을 꿈꾸지 못한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하우스농가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온하지 않고 수막으로 재배하는 딸기 하우스에는 동해방지를 위해 밤마다 촛불을 켜둔다고 한다.

가온하는 하우스에서는 난방비가 예년에 배 이상 들어간다고 걱정이다. 겨울 농사를 하는 농민들의 한파와 싸움은 눈물겨울 지경이다. 이 와중에 작년 말부터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으로 농촌은 적막감을 넘어 공포감마저 든다. 설 대목은 다가오는데 경기는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산업화이후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삶을 꾸려가는 지금 추석과 더불어 설은 고향과 가족을 이어주는 탯줄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귀향 행렬을 보고 우리는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실로 명절 때 고향으로 향하는 귀소본능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오래된 우리의 고유문화이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으로 인하여 고향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귀향을 막고 있다. 고향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이번 설에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고 있다. 모두가 떠나고 공동화 되어버린 농촌에서 그래도 명절이 되면 경향 각지에 나가 있는 형제들과 자녀들이 모여 고향의 푸근한 정을 나누고, 농촌의 외로움과 소외됨을 달래는 것이 농민들이 유일한 희망이요 낙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것마저 포기해야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혹시 외지 있는 가족들이 왔다가고 나서 이웃집 소가 구제역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며 자녀들이 귀향을 막아야하는 기막힌 현실이 우리 농민들 앞에 직면해 있다.

귀여운 손자의 재롱을 손꼽아 기다렸던 촌로의 기대는 무참히 묵살 되었다. 새해농사를 계획하고 잠시라도 풍년농사를 꿈꾸는 희망의 설은 사라져 버렸다. 계속되는 한파로 겨울 농사를 걱정해야하고 구제역으로 마음 졸이며 쓸쓸한 설을 맞아야한다.

그런데 책임 져야 할 사람들은 그 책임을 하늘과 농민들에게 전가하기 바쁘다.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반복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자들의 책임을 반드시 추궁해야한다. 그것이 오늘 서러운 설을 맞는 농민들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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