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안중에 없는 농산물값 정책

  • 입력 2011.01.24 13:4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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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후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으로 오르기 시작한 농산물가격이 새해에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배추와 대파, 무 등 채소가격은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고, 사과와 배, 감 가격도 50~60% 정도 오르면서 물가상승의 원흉으로 농산물이 지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농가의 수익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배추와 대파 등 한창 출하 중인 겨울 채소류는 이미 지난 가을부터 상인들에게 입도선매되었기 때문에 일부 과일류를 제외하고는 농민이 아닌 상인들이 가격을 좌우하고, 가격상승으로 인한 이익도 이들이 편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 농산물가격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농가의 수익증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적인 유통체계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설대목에 일부 품목에 한해 정가수의매매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도매법인별로 중점관리 품목을 정해서 품목별 반입량을 지난 3개년 평균대비 10% 증대하고 설 대목장 기간 동안 사과ㆍ배ㆍ감귤에 대해 전체 물량의 5% 수준에서 정가수의매매를 실시하는 안이 논의되었고, 배추ㆍ무는 가격 급상승시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가격을 조정한다는 계획도 나왔다고 한다.

가격 상한선을 정한 뒤, 상한선을 넘는 가격이 2일간 지속될 경우 정가수의매매 후 법인을 통해 출하손실을 보전 처리한다는 것인데, 이는 공식적인 거래가격을 일정수준 이하로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가격의 공표기준을 상품에서 중품으로 낮추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농산물가격안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산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가격억제정책은 시장을 오히려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전국각지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지표가격 역할을 하고 있는 가락시장의 도매가격을 왜곡시키고 그 왜곡된 정보를 발신하겠다는 발상이다.

거의 모든 농업생산과 유통이 수도권을 바라보고 이루어지는 현재의 시스템과 지역의 도매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재래시장은 괴멸상태에 빠진 지금의 현실이 생산농민의 수취가격과 소비자의 지불가격사이의 거대한 괴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협마저도 생산농민의 보호보다는 소비자가격억제에 동원되고 있다. 설 제사상의 물가만을 논할 뿐, 그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어렵게 생산하고 있는 농민을 헤아리려는 고민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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