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 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대한 유감

  • 입력 2011.01.03 13:40
  • 기자명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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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은 지난 2004년을 「세계 쌀의 해」로 선언했었다. 선언 배경으로 세계 각국의 급격한 인구증가로 식량의 국제적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쌀의 식량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나 쌀 증산은 한계를 보이고 있어 식량위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농식품부가 주관하여「세계 쌀의 해」를 기념하여 기념식도 개최하고 쌀의 소중함을 알리는 책자도 발간하였다. 농진청에서 발간한 ‘민족과 함께 해 온 쌀 이야기’라는 책자를 통해 ‘쌀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과 함께했고, 우리 민족의 정서이며 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 이창한 정책위원장

 

그런데 지금은 마치 쌀이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재고량이 증가하고 2년 연속 쌀값이 폭락하면서 쌀로 개사료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는가 하면 쌀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쌀값 폭락에 이어 태풍피해로 생산량까지 감소하여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민들이 마치 죄인(?)취급받는 분위기다.

쌀이 천덕꾸러기 취급당하는 현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2년 연속 쌀값이 폭락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고의적인 조장 내지는 의도적인 방관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는 여론이 있다.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다는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해서도 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나오겠느냐는 미심쩍은 입장들이 존재했었다.

정부가 지난 28일 농민단체와 농협, 양곡업자, 가공업자 등을 모아놓고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안)’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쌀 정책의 근본적인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일부 각론에서 진전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쌀 정책 기조가 ‘효율’과 ‘시장만능’에 더욱 밀착되어 있었고 현장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근거한 내용은 부족했다.

종합계획의 정책목표와 주요과제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문제점들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연간 소비량보다 2% 초과 생산된 물량에 대해서는 자동시장격리를 실시하되 농가와 정부가 50:50부담하여 조성된 ‘쌀 자조금’으로 매입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급안정을 위해 2012년 쌀조기관세화를 추진하고 쌀 직불제를 개편을 통해 목표가격을 5천원 인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공공비축 수매도 시장가격으로 매입하기 위한 우선지급금을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뜩이나 농가경제가 어렵고 국가차원의 식량주권 계획이 요구되고 있는 국제적 현실에서 농민들까지 부담하는 자조금을 추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현실적인 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이  반영되지 않은 목표가격마저 인하하겠다는 것은 농민들에게 쌀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농식품부 차관이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쌀은 밥이라는 생각과 쌀 시장은 국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쌀 가공과 사료화를 육성하고 해외시장에도 수출하여야 한다는 뜻 같은데 핵심은 버린듯하다.

알맹이 빠진 쌀 산업발전 계획

즉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경고 속에서 시장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대한 정책목표와 이를 위해 쌀을 중심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 등을 중점에 두어야 한다.

정부는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이 쌀 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겠지만 결국 생산주체인 농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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