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했던 2010년, 수확량 줄고 생산비 늘고

냉해, 일조부족에 수확 앞두고 태풍마저

  • 입력 2010.12.24 10:5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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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 동안 해가 뜬 날은 평균 30여일. 그로 인해 추운겨울 날씨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봄에는 때 아닌 대설경보와 한파가 불어닥쳐 봉긋한 복숭아 꽃눈을 모두 얼렸는가 하면 장마와 폭염이 이어진 여름날은 채소값이 폭등했다.
9월에는 태풍 곤파스가 들녘을 파헤쳐 30년만에 최저치의 쌀생산량을 기록하는가 하면 배추 1통에 1만5천원을 넘는 배추대란도 있었다. 1년 내내 이어진 기상대란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은 급감하고, 생산비는 급등했다. 2010년…농민들에겐 하늘도 무심했다. 〈원재정 기자〉


■ 겨울…노지·시설작물 일조부족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한파와 흐린 날씨로 인해 시설재배, 노지재배 모두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121일 동안 맑은 날이 전국 평균 36일로 나타났다. 해가 뜬 날이 가장 적은 지역은 광주 27일, 대전 29일, 수원과 춘천 31일 순이었다.
이러한 일조부족으로 인해 작물들은 잘 자라지 않거나 꽃이 피지 않고 핀 꽃들도 수정이 정상적으로 될 수 없는 악조건으로 치달았다.
추운 겨울철 햇살마저 사라져 한 낮에도 하우스 내 기온이 올라가지 못하면서 저온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충분한 온도를 확보하지 못해 온실 내부의 지온이 떨어지면서 피복재에 의존해 촉성재배를 하는 무가온 시설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무가온 시설 내부에는 날씨가 흐려 습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곰팡이병이 창궐해 피해가 확산됐다.
노지 농사도 고랑에 물빠짐이 나빠져 남부지방의 보리농사가 피해를 입었다.
남부지방 겨울철 소득작목이었던 표고, 보리, 밀 등이 피해가 컸고, 시설작물인 딸기, 참외, 수박 등의 과채류와 화훼류도 일조부족, 과습의 피해가 발생했다.

■ 봄…40년 만에 닥친 한파, 그리고 봄장마

3월에 남부지역에 느닷없는 대설경보가 내리는 등 불규칙한 날씨는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4월에도 40년만에 한파가 닥치는 등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과수의 꽃망울이 얼어붙었고 가지가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도 전국 규모로, 전북의 복분자 75% 이상이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고, 강원 원주와 춘천은 복숭아 주산지에서 동해피해가 일어났다.
봄장마로 인해 진주에서는 시설재배한 딸기 수확량이 급감하고, 함안, 의령군에는 수박과 메론이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썩어가 농민들의 속도 타들어갔다. 전국 참외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성주군도 쑥대밭이 되는 등 겨울부터 일어난 이상기후로 피해가 집계되기 시작했고, 지역에서는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피해가 확산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 29일에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상기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동해로 인정하고 재해복구비를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발표를 했다. 정부는 전북의 복분자 및 제주의 조생종 양파 등 피해를 입은 약 1,400여 농가에 2,400백만원(보조 1,864백만원 융자 536백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 여름…이상폭우로 채소값 폭등

지리한 장마와 폭염으로 농사는 여전히 애를 먹었다. 이상폭우로 채소류값이 폭등해 상추 1박스에 14만원에 거래되는 등 귀한 몸이 됐다.
제4호 태풍 ‘뎬무’가 물러가기 무섭게 다시 폭염이 시작되면서 농작물 작황에 따른 희비가 교차했다.
특히 벼와 수박, 고추 등의 농작물은 풍부한 일조량으로 예년보다 작황이 좋아 대풍을 기대하게했고, 반면 올해 초 절반 가까이 동해 피해를 본 중부 이북의 복숭아 과수원과 사과, 포도 농가는 저조한 작황으로 울상을 지었다.
농식품부는 7월 12일에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올 초 이상기온으로 피해를 입은 과수 및 노지작물의 재해복구비로 전국 3만6천여 농가에 총 2,205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피해복구에 나섰다.

■ 가을…태풍 ‘곤파스’로 농사 만신창이

9월 초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훑고 간 농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곤파스의 피해에 대해 벼 도복 4,653ha, 과수낙과 2,774ha등 농작물 피해와 비닐하우스 6,781동, 축사 162동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했다.
농식품부도 경기 지역은 과수낙과 788ha, 벼 도복 2,218ha, 비닐하우스 3천동(193ha), 인삼재배시설 8ha, 농작물(채소) 0.2ha가 피해를 입었고, 강원지역은 과수낙과 160ha, 벼 도복 310ha, 하우스 14동(1.8ha)이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충남 서해안 일대는 초토화됐다. 농지와 비닐하우스는 물론 도로와 하천 등 공공시설까지 파괴됐다. 벼 이삭이 쭉정이만 남는 백수피해가 대단위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쌀 생산량이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다른 농작물의 생산량도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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