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봄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 입력 2010.12.20 13:29
  • 기자명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위원회 위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이해 농업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다.

‘돈 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으로 대변되는 이명박식 농정은 무분별한 FTA와 개방화에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고, 우리나라 농업구조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미국·유럽과 같은 농업선진국의 모델 따라하기에 급급한가 하면, 농정주체인 농업인들과 소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2011년은 우리나라 농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만한 메가톤급 현안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농업현장은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다. 한·EU FTA가 내년 7월 발효를 앞두고 최근 합의된 한미 FTA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 파장이 어디에까지 미칠지 정부와 학계 그리고 농업계마저 속단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동안 우리 농정이 ‘사후약방문’식 임기응변에 급급해 농업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권의 농정기조가 ‘생명산업’으로써 농업의 보호 육성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명박 정권은 경쟁과 효율을 앞세워 오로지 비교우위만으로 농업을 축소·말살 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과 우려를 갖게 한다.

이명박 정권의 이러한 농정패러다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도 어김없이 농업예산은 축소되었고 이마저도 농업과는 무관한 4대강 사업 등을 제외하면 그 폭은 더욱 늘어난다.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17조 6,354억원 규모의 2011년도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은 국가 총예산 증가율 5.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에 불과하고, 4대강 사업 1조 1,480억원, 농촌진흥청 지방 이전 비용 3,542억, 쌀 변동직불금 7,993억원 등을 뺀 순수 예산은 2010년 15조 9,731억원보다 8,384억원이 감소했다.

과연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FTA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농업을 회생시키려는 의지가 있는가?
특히, 내년 농식품부 소관 예산 363개 세부 사업 중 삭감된 192개 사업들이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농민의 유지에 필수적인 부문에 집중되어 있어 당장 한·EU·미 FTA 발효를 앞두고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농가부채 및 소득과 직접 관련이 있는 농업자금이차보전과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출연, 친환경비료지원 등 예산을 축소하고, 농민 복지 및 인구유인과 관련된 영유아양육비지원 및 농어민건강·연금보험료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반면, 4대강 주변 113개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에 대해서는 불요불급한 예산임에도 2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농업·농촌의 지속발전 및 식량자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해예방과 영농기반 확충 관련 예산들이 모두 삭감되었다. 2011년 예산안 날치기로 우리 농업·농촌·농민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과 생명마저도 날치기 당했다고 한다면 무리한 비유일까?

새참으로 막걸리를 곁들면서 농협개혁의 칼을 빼들어 당황스럽게 하더니, 쌀 대란 앞에서는 쌀국수 먹는 것으로 해결하자고 떠들어 당혹스럽게 하고, FTA에 대해서는 선대책 후체결의 원칙을 지킨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집어 던져버리는가 하면 예산마저도 대폭 감소시켜 농업계를 황당하게 만든 이명박 정부 농정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2주에 한번 먹는 치킨의 가격이 비싸다는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에 가뜩이나 계열화사업으로 기업에 종속돼 하청화 되가는 양계농가의 목줄을 죄는가 하면, 굴욕적인 한미 FTA 재협상으로 오히려 농업분야 피해를 확대시킨 장본인이 ‘다방농민’운운하며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한심한 이명박 정부의 꼬락서니를 지켜보며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생명산업인 농업을 이대로 맡겨도 되는 것인지 우리 자신에게 되물을 때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찾아오는가?’ 빼앗긴 들은 피를 흘려서라도 찾을 수 있지만, 빼앗긴 식량주권은 영원히 회복조차 힘들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