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변단체로 시작되는 농어업회의소(?)

  • 입력 2010.12.05 21:28
  • 기자명 심증식 본지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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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농업정책 중에 하나가 농어업회의소이다. 작년 농어업 선진화 위원회에서도 중점 추진과제의 하나로 선정되었던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 지난 11월24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올해 안에 전국의 기초단위 농어업회의소를 3군데 시범적으로 설립하여 그 성과를 토대로 광역과 중앙단위의 농어업회의소를 설립하기로 한다는 발표를 했다.

농업의 거버너스 구축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추진되는 농어업회의소는 이미 지난 김대중 정부 초기에 논의 되다가 중단된 적이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98년에도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농업회의소의 설립을 시도한 바가 있으나, 당시에는 공감대 형성이 미흡한 상황에서 법·제도적 지위 확보와 전국단위 조직을 우선 추진하려는 등 추진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결국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무산됐다”고 하나 실제는 농민단체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무산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 심증식 본지 상무이사

정부는 농어민 단체 등의 건의사항 등을 농어업회의소를 통해 종합·조정 후 농정에 반영함으로써 정책실행에 있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선진 농정을 이루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농어업회의소는 이미 출발부터 잘 못되었다. 정부 주도로 농어업회의소를 만들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가 있다. 결국은 관변 화된 농어업회의소를 통하여 농정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고자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 출범 초기 운영되었던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역시 다양한 농업계의 의견을 모아 농정의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를 배제하여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부주도의 거버넌스 라는 것은 들러리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농어민단체가 수십여개 상존하는 상황에서 개별 단체들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관변화된 농어업회의소를 통하여 농민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에는 농민단체가 많이 있다. 지금현재 농단협 소속 단체가 20개이고 농민연합 소속단체는 8개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연대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단체가 4개정도 된다. 대략 30개 이상의 농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어민단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다.

이렇게 많은 농어민단체가 있는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필요에 의해서 농어민단체를 만들어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수십여 개에 달하는 농민단체 중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서 자생적으로 운영 되는 단체는 손에 꼽을 지경이다.

농민단체의 역사가 이러한데 정부주도로 만들어지는 농어업회의소를 민간의 자발적 농정참여 기구인 농어업 거버넌스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 성설 이다. 단지 또 하나의 관변농어민단체가 만들어 지는 것에 불과 할 뿐이다.

98년도에 농업회의소 설립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일부 농민단체에서 농정의 주도권장악과 자리 차지하기 양상이 재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농업계 내에서는 누구누구가 농업어회의소 대표를 노린다느니 어느 단체가 주도권을 쥐고자 한다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결국 몇몇 농민단체와 인사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자중지란을 면치 못할 것이 자명하다. 진정한 농민 참여형 농정 거버넌스를 원한다면 정부의 자세가 바뀌어야한다.

우선 기존의 농어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한다. 다양한 입장을 가진 농민단체를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열린 자세와 인내를 가지고 농민단체들과 소통하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래서 정부도 협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관료주의를 버리고 농어민과 호흡하며 농정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

그것을 통하여 농민단체와 정부, 농민과 정부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이러한 신뢰를 토대로 농민단체간의 연대의 강화에 노력해야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주적이고 자생적으로 농어업회의소가 만들어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또는 농민단체를 순치시키고 손쉬운 통치의 수단으로 농어업회의소를 만들 경우 농민단체와 갈등만 증폭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농업회의소는 결국 농민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정부에게서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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