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의 전통지식을 복원하자

  • 입력 2010.11.29 17:54
  • 기자명 오미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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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의, 식, 주. 사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의식주는 여성이 담당하는 고유한 영역이었다. 암탉이 닭장을 뛰쳐나가듯 이제 의식주는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는 이미 의류산업으로 확장되었고, 주생활의 핵심인 돌봄 노동은 사회서비스 산업 영역으로 무한 확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근근히 남아있던 식생활이 마지막으로 외부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일 만큼 중요했던 여성들의 역할인 의식주의 영역이 산업으로 확장되어감과 동시에 여성의 전통기술과 지식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남성경영인이 대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 저임금의 여성노동자로 대체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의식주. 이 세 가지 생명유지 영역에서 그나마 여전히 여성의 영역으로 남겨진 식생활이 요즘 위기이다. 전통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만 솜씨 좋은 개인의 몸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솜씨명장이 죽고 나면 전통도 여성지식도 모두 사라져버릴 것이다.

요즘 옛날 먹었던 엄마손 맛표 음식이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이를 개발할 의지가 없다. 그나마 여성손맛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던 ‘창의 손맛’ 사업은 여성만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도록 오히려 개방해버렸다. 생각해보자. 여성이 5천~1억을 투자해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를 농산물가공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현재 우리나라 여성농민들의 평균연령은 58.2세이다. 일본의 경우도 농산물가공업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평균연령은 62세이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여성농민의 전통지식인 ‘손맛’은 이제 하나의 산업이고 자원이다.

생명을 관장했던 여성의 손맛을 산업의 영역으로 전환시킬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여성의 지식을 무단으로 사용하도록 해서도 안 되고 흔적 없이 사장시켜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여성의 전통지식을 산업화 하고 그 전통지식을 여성 스스로 경영해야 한다. 여성의 전통지식은 단순히 식생활만이 아니라 식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근원인 농산물 생산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토종종자 채종이 그것이다. 잃어가는 전통, 그리고 사라지는 전통자원, 그것을 복원할 능력과 기술과 지식은 여성농민들의 몸 안에 그대로 들어있다.

몸이 아프거나 뭔가 거북하고 짜증날 때 문득 갑자기 그리워지는 음식. 왠지 원기를 북돋울 것 같은 음식은 항상 투박한 손, 주름으로 가득한 선하디 선한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맛나던 장아찌, 싱건지, 돼지고기 애호박찌게, 이상하게도 이런 것들은 내손을 거치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되고 만다. 역시 엄마 손맛은 엄마의 전통지식일 뿐. 내가 가질수 있는 것은 아니다.

FTA 체결, 친환경무상급식, 소규모 품질선호, 얼굴 있는 상품. 주변에 여성농민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농산물가격 폭락 구호만 외칠 것인가? 이제 구호와 대안을 동시에 가슴에 품고 여성농민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

세상의 어머니, 민족의 젖줄인 어머니로 당당히 나서서 생명줄인 식생활은 산업으로 성장시키고 당당한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내고 전통지식을 중심으로 대안기업을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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