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으로 엉망된 농촌

좌절된 쌀대북지원 희망, “왜 하필 북한 코 앞에서…”

  • 입력 2010.11.29 13:22
  • 기자명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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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사태가 연평도를 넘어 전국의 농촌과 농민들을 강타 했다. 연평도 포격사태는 그동안 계속된 쌀대란에도 불구하고 쌀대북지원이라는 희망을 주문처럼 외치며 생존권투쟁을 벌여 오던 농민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2010년은 농민들에게 있어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겨울철 일조부족과 저온 현상 등으로 과채류 농사가 망하고, 여름철 이상 고온과 이상 폭우로 엽채류 농사가 망했으며, 태풍 곤파스가  쌀농사를 망쳐 놓았다. 설상가상으로 연평도 포격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전국의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그동안 쌀대란을 부정 하며 끈질긴 쌀대북지원 요구에 요지부동이던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도 불구하고 민간단체의 쌀대북지원을 허가 하는 등, 다각적으로 시도 됐던 재고미 방출 계획이 연평도 사건으로 차질이 빚어 지면서, 남아 있는 재고미는 순전히 이명박 정부가 떠 안아야 할 몫이 됐다. 특히,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긴장정책 과정에서 발생한 것과 관련 쌀대란으로 생존권 위기에 몰린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 되고 있다.

# 포격과 함께 산산조각난 희망
지난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자 전국적으로 쌀투쟁을 준비 하고 있던 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긴장정책을 지켜 보던 농민들은 “혹시나 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면서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포격 다음날인 지난 24일 전농 경기도연맹(의장 이흥기)은 쌀값 보장, 농가부채 해결,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요구 하면서 벌이고 있던 도청 앞 농성을 전격적으로 풀었다. 경기도연맹은 “불시의 연평도 교전으로 국가 비상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천막농성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도연맹 지도부들은 쌀값이 해결 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 해야 한다는 현장 농민들로부터 강력한 항의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과 부산·경남지역 농민들도 25일로 예정된 농민대회를 무기한 연기 하기로 결정했으며, 다른 지역 농민들도 대부분의 쌀투쟁을 유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북지역 농민들은 예정 됐던 농민대회를 강행했다. 지난 24일 전북농민단체협의회는 전북도청에서 ‘쌀값보장, 밭 직불금 쟁취, 농민생존권 사수’등의 대책을 요구 하는 농민대회를 진행했다. 농민들은 벼를 적재 하는 과정에서 도청측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100여가마의 벼를 뿌리며 격렬하게 항의 했으며, 면담 도중 도지사가 자리를 비우자 밤 12시까지 도지사실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농민들은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계속 한다는 입장이다.

# 원망스런 정부와 북한, 그리고 미국
경기도연맹은 정부매입량 확대, 농가부채 해결, 대북 쌀 지원 재개 및 경기도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250억 지원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 19일부터 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가 연평도 사건으로 6일 만에 자진 해산 했다. 농성을 푸는 과정에서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긴장정책에 대해 격렬하게 성토했다.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는 지금의 쌀 대란 사태를 불러온 실패한 농정의 책임을 지고 쌀값 보장, 농가부채 해결을 비롯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차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철원의 한 농민도 “유례 없는 흉작에 쌀값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평도 사태로 쌀대북지원이라는 희망마저 사라졌다”면서 이명박 정부와 북한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그는 특히 민간인까지 살상한 북한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 하면서도 “남해안을 놔 두고 왜 하필 코 앞에서 북한을 자극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명박 정부와 미국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저래 피해자는 또다시 농민이 됐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해병대 주둔 지역인 경기도 김포 지역의 농민들도 북한의 민간인 살상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긴장정책에 대해 비난했다. “왜 하필 예민한 경계지역에서 북한을 자극해 이런 불상사를 자초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농민들은 “김포 지역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최대 50% 가까이 수확량이 감소했다. 이제 대북지원도 안 되면 어떻할 거냐”며 난감해 하고 있다.

김포 지역의 한 축산 농민도 “일기불순으로 수확도 엉망이고, 곡초도 엉망이 됐다. 한우값까지 떨어지면서 지금 농촌 분위기는 엉망”이라며 한탄했다.

전농, 12월 8일 농민대회 강행
“어떤 일 있어도 농민생존권 포기못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이광석)은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12월 8일로 예정된 전국농민대회를 강행 한다는 방침이다. 

전농의 한 관계자는 “연평도 사건으로 대포폰, 감세논쟁 등 정책의제들이 모두 묻혀버렸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과 벼 적재투쟁도 묻혀 버렸고, 정부의 신의주 수혜지원 물자반출도 중단 되면서 쌀대북지원 주장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농 관계자는 “대북긴장정책을 펴 온 이명박 정부가 결국은 일을 내고 말았다”고 성토하면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결국 쌀대북지원만이 전쟁을 막고 쌀대란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농은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당장 쌀대북지원이 어렵게 되면서 농민들에 대한 생존권 위협이 더욱 더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 12월 8일 농민대회를 강행 한다는 방침이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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