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속에 붕어 없고 농촌에 농민 없다.

  • 입력 2010.11.15 11:10
  • 기자명 최재관 여주군친환경학교급식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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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온 들판에 제대로 서 있는 벼가 없다. 하루 종일 벼를 베고도 톤 백 자루 하나도 채우지 못한 콤바인은 고장으로 멈춰서기 일쑤다.

예년에는 콤바인이 논두렁을 세 바퀴 돌면 한 탱크가 차던 것이 네 바퀴를 돌아도 차지 않는다. 청년회장은 지난해 4만평에서 40kg조곡으로 1800개 나던 논에서 올해에는 1200개가 나왔다. 결국 33%의 수확이 감소했다. 동네이장은 3만평에 1600개 나던 논에서 1100개로 500가마나 줄었다. 가마당 5만원만 쳐도 2500만원의 소득이 사라진 것이다.

2008년 여주에서는 40kg 벼 가마당 평균 6만8천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6만원으로 가격이 13%가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에는 다시 5만2천원으로 2008년 대비 23%가 떨어졌다.  결국 태풍 곤파스와 이상기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경기도 농민들의 경우 가격은 23%가 떨어지고 수확량은 30%가 떨어졌다. 결국 농가는 50%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논농사 소득을 살펴보면 대체로 전체 생산액에서 농지 임대료가 25% 정도 나가고 농기계, 농약 등으로 30%가 나가고 나머지 45%가 농가 소득이다. 논농사의 조건에서 50% 이상의 손실은 결국 올 한해 피땀 흘려 지은 농사가 노동의 대가는 고사하고 들어간 돈마저 뽑지 못하는 마이너스 결산이 된다.

돌아오는 농가부채는 어떻게 돌려 막아야 한단 말인가. 빚내서 빚 갚는 농촌의 현실에서 쌀 생산 농가들에게 몹시도 추운 겨울이 되고 있다.

쌀값은 떨어지고 농약 농자재, 인건비등 쌀 생산비는 꾸준히 올라가고 쌀 수확량은 줄어든 삼중고의 틈바구니 속에서 농민이 살아 있다는 것이 차라리 기적이다. 정부의 쌀 생산비 발표에 따르더라도 300평당 쌀 생산은 1990년 38만5,851원에서 2008년 62만 9,677원으로 연간 9%씩 꾸준히 상승해 왔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쌀값은 정부수매가격으로 11만1천410원(80kg,쌀 기준) 이었다. 연 간 9%씩 올라가는 쌀 생산 인상률을 반영하면 2010년 쌀 가격은 20만538원 (80kg,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국 쌀 평균 도매가격은 11월 현재 13만6천원(80kg, 쌀 기준)이다.

2010년 농업인의 날 기념식은 수많은 경품으로 농민들의 노고를 치하하지만 정작 수확의 기쁨보다는 삶의 고단함으로 미소마저 잃어버린 농민들에게는 오히려 농민으로 사는 것을 한탄하게 하는 가슴시린 날이 될 뿐이다.

농민들에게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날이 농업인의 날이다. 올 겨울에는 야채장사나 노가다를 해야 하고 내년에는 차라리 농사를 접을까 고심하는 젊은 농민들이 많다.

배추김치가 비싸면 대신 양배추 김치를 먹으면 되고 중국에서 수입하면 되는 편리한 대통령의 농업인식이 놀랍다. 모든 것을 시장기능에 맞기는 선진 농촌에는 농민이 살아갈 수 없다. 농업인구중 50세 이상 농가 경영주의 비율이 89%에 달한다.

결국 40대 이하의 젊은 농민은 11% 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대부분의 고령농민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농촌에 더 이상 농민이 없다. 지금도 배 과수원에는 봉지를 씌우는 70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서 봉지를 씌울 수 없어서 배농사를 포기해야하는 농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밭에는 중국 아주머니들이 100명씩 합숙을 하며 고구마를 캐고 있고, 비닐하우스 채소단지에서는 가지, 오이를 베트남 청년들이 따고 있다. 아이는 필리핀 새댁이 낳고, 방앗간에는 우즈베키스탄 청년이 방아를 찧고 있다. 

세계화 좋아하고 선진화 좋아하는 통에 우리 농촌에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우리나라 농민은 없다. 우리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들 먹을거리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붕어빵 속에 붕어가 없고 농촌에는 농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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