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이 기후변화 해결 주체”

일본, 기후변화로 쌀 품질 저하…가격 저하로 이어져
한국, 농업생산량 감소…채소 값 폭등사태도 발생
성인지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정책 마련돼야
비아캄페시나・전농・전여농 기후변화 포럼

  • 입력 2010.11.09 14:22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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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농민조직인 비아캄페시나(La Via-Campesina)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이광석),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김경순)은 9일 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에서 ‘기후변화와 농업, 그리고 식량주권에 관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에 관한 각국의 현황, COP16을 향한 전략 등이 발표됐다.

특히 기후변화에 관한 각국의 현황이란 주제발표에서는 일본, 한국의 상황이 공유됐다. 일본측 대표로 나선 요시타가 마시마(Yoshitaka Mashima, 일본가족농연합)는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4계절이 있는 나라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2개의 계절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으로 쌀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기후에 따라 수확량도 감소했지만, 품질이 떨어졌다. 품질저하가 쌀 값 저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본농민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작년 일본에서는 하토야마 총리로 정권이 교체됐다. 이후 하토야마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25% 수준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올해 일본정부가 제출한 법에는 그러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비아깜페시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9일 오전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기후변화와 농업, 그리고 식량주권에 관한 포럼’이 열리고 있다.

그가 설명한 일본의 지구온난화 대책기본법(안)에 따르면 개도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폭 삭감에 동의한다면 일본정부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일본에서는 산업계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그중 대기업이 5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을 기업들의 자주적인 노력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측 대표로 나선 곽길자 전농 정책국장은 현재까지 한국 사회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이 그다지 깊지 않았다고 밝힌 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최근의 현상들을 설명했다.

곽 국장은 “농사의 90%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기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국도 4계절이 뚜렷하면서 각 계절마다 농사가 진행되는데 이게 무너지고 있다. 폭염, 폭우 등이 굉장히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 분야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채소 값이 폭등하는가 하면, 올해 초 이상기온 현상으로 과수는 아무런 수확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그는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은 녹색은 찾아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고 꼬집고 “또 기업농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수출농업을 지향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업과는 배치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곽 국장은 “정부는 기업의 책임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풀려고 한다”며 “또 소농이라는 개념보다는 시장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곽 국장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은 소농이다. 산업화가 기후변화를 야기했다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농업”이라고 주장했다.

류화영 전여농 사무부총장은 기후변화가 여성농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류 사무부총장은 “기후변화는 여성과 여성농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부터 밝힌 뒤 “남성과 비교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성차별로 인해 자원의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다. 스스로 통제하고 활용할 자원이 빈약한 만큼 대응능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바로 생계,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은 그만큼 적은 자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용재산도 적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국제적 사례를 통해 기후변화가 여성농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뒤 “식량이 감소했을 때 여성농민들은 더욱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전여농이 실시하고 있는 우리텃밭 사업을 소개하며 심화되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종 다양성의 위기는 다양한 작물재배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에 토종종자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여농은 수년전부터 토종종자 지키기 사업을 벌여왔으며, 이를 위한 실천 활동으로 1여성농민 1종자 지키기, 전국 10여 곳이 넘는 채종포를 통해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따라서 그는 “여성은 가부장제,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기후변화가 여성농민에게 어떤 피해가 있는지, 이에 따라 어떤 대안을 세워야 할 것인지 성인지적 관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한국정부에 주문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각국의 일부 농민들은 한국정부가 입국을 불허해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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