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안정, 언제까지 수입에 의존할 것인가

  • 입력 2010.11.08 15:32
  • 기자명 장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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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겸임교수
최근 정부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G-20을 위한 호들갑이야 익히 알고 있기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MB가 직접 챙기는 물가가 뛰어오르자 관계 당국이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그리고 채소 값을 포함한 신선식품이 전년대비 약 50% 뛰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통계청이 발표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수입농산물로 물가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고질병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정부대책의 핵심은 고추, 마늘, 무, 양파 등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의 수입을 늘려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배추는 이미 한 달 전에 연말까지 무관세로 수입하도록 허용하여 수입증대 조치를 취한 상태이다.

따지고 보면 채소값이 오르는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시장개방과 구조조정 그리고 농지의 난개발 등으로 농업을 희생시키는 정책이 계속되면서 지난 20년간 경지면적이 30만ha 이상 줄어들었는데 이는 전체 경지면적의 약 17%에 해당하는 엄청난 면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의 농지가 사라지게 되었다. 전체 경지면적이 줄어들면서 채소류의 재배면적도 줄어들었다. 배추의 재배면적은 약 30%, 무는 약 43%, 고추는 약 50%, 마늘은 약 50% 정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채소 공급기반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기상조건이 조금만 나빠도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불안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 실패, 가격안정장치의 부재, 복잡한 유통구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상 유례 없는 파동이 벌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언제까지 수입농산물로 물가안정을 획책하는 땜질식 임시처방을 계속할 것인가? 이런 땜질식 처방을 계속하다간 국제 농산물시장에서 한국이 봉으로 인식되어 언젠가는 수입농산물로도 물가안정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2007~2008년 세계식량위기에서 배운 바가 없는가? 내년에 국제 곡물값 상승 때문에 또 다시 식량위기가 올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들리지 않는가?

기상조건이야 어쩔 수 없는 변수라 하더라도 국내의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확보하는 것, 주요 품목별로 농산물의 가격안정장치를 마련하는 것, 농협을 통해 주요 품목별로 전국단위 계약재배 및 공동출하를 확대하는 것 등과 같은 제도와 정책은 만드는 일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시장을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시장이 존재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정부는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시장기능이 못하는 것은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을 위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글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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