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대란과 배추대란은 일란성 쌍생아”

반복 되는 인재, 정책실패 책임 규명 모르쇠… 농정당국 직무유기

  • 입력 2010.10.25 17:09
  • 기자명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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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대란으로 쌀농가들이 생존권 위기에 처하고 농-농 갈등으로 농촌 사회가 분열 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정작 쌀대란을 야기 시킨 정책당국은 여전히 안하무인이라는 지적이다. 쌀대란 책임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어물쩍 물러난 장태평 전 농식품부장관에 이어 유정복장관이 취임 했지만 당시 정책라인은 그대로인 채 배추대란이라는 또다른 쌍생아를 낳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쌀대란과 똑같은 원인으로 야기된 이번 배추대란을 통해 또다시 2010년 쌀대란이 주목 되고 있다. 〈김규태 기자〉


#배추대란은 또다른 쌀대란

주 원인은 쌀대북지원 중단과 4대강사업

2010년 배추대란은 지난 봄부터 계속된 기상대란과 함께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다. 이상저온 현상이 여름으로 접어 들면서 해소 됐지만 계속된 비와 함께 일조부족 현상은 겨울부터 여름까지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일조부족으로 연약해진 작물에 이상폭우까지 겹치면서 올 여름 고랭지 채소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봄 못자리 때부터 계속된 쌀대란 경고와 올 겨울부터 계속된 기상대란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가 쌀대란과 기상대란 이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여기에 정부의 4대강사업도 배추대란을 야기시킨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 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배추대란이 고랭지 배추가 피해를 입어 나타난 것이라며 4대강사업과 무관 하다고 항변 하지만 이 또한 국민들의 삶의 현장을 무시한 밀실적 사고에서 나온 발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4대강사업으로 채소 재배지가 줄어 들면서 일반 채소값이 폭등 하자 비싼 배추를 대신할 대체 채소의 선택 마저도 어려워지면서 배추값 폭등을 야기 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식품위 소속 송훈석 의원(무소속, 속초·고성·양양)도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재배면적이 무려 8.7%나 감소 하면서 채소 가격폭등을 부추겼다”고 지적 하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북 긴장정책을 펴 온 결과가 쌀대란을 야기 하고, 70%가 넘는 전 국민적인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안하무인 식으로 밀어붙여 온 4대강사업이 배추대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 배추대란으로 드러난 엉터리 관측시스템
안일한 농정당국 스스로 무능력집단 자초

 

농경연은 8일 배추대란과 관련 기상 및 채소값 관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농업관측센터장’을 김명환 선임연구위원으로 교체했다. 농경연은 “관측사업을 고도·정밀화하기 위해 미국, 호주 등 관측 선진국을 비롯한 국내외 관측 전문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만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기상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실시간 기상자료를 입수하는 등 상시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농림수산식품부와 합동으로 중기 선행 관측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배추대란과 관련 송훈석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채소경작 면적 추이와 생산량, 작황 등을 볼때 수확량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상태에서 사전에 충분히 사태예고가 가능했는데도 불구하고  농림수산식품부는 뒷짐진 채 불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질타 하면서 “주요 채소가격 파동이 매년 연례행사가 되고 있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대책시스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농식품위원회 소속 성윤환 의원(한나라당, 경북 상주)도 22일 농식품부 종합국정감사에서 “민간 유통업체도 이상기후에 따른 채소류 가격 폭등을 예측 하고 배추 수입을 미리 결정 했는데 반해 정부는 무대책과 늑장 대응으로 가격 폭등 현상을 발생 시켰다”고 질책 했다.

# 대처 방법도 쌀대란 답습
김장 나눠 하기 등 엉뚱한 대책으로 정책실패 호도

쌀대북지원 요구를 외면한 채 쌀가공산업육성정책 등 한가한 정책만을 남발 하다가 결국 쌀대란을 일으킨 정부가 이번엔 배추값이 폭등 하자 뒤늦게 농식품부 담당자를 중국에 급파하여 배추를 수입 하는가 하면 방송을 통해 김장을 나눠서 하라는 등 배추대란 대책을 내어 놓았지만 중국산 배추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배추값이 안정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훈석 의원은 국정감사에서“배추값 폭등에 대통령은 양배추, 농식품부차관은 김치 덜먹기 발언으로 국민을 우롱 하고 있다”면서 “배추, 무, 마늘, 상추, 파 등 주요 채소값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 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정부가 뒤늦게 허둥대며 낸 채소값 폭등대책은 겨우 중국산 수입”이냐면서 근본대책 절실 하다고 지적했다.

쌀대란이 그랬듯 이번 배추대란도 어이 없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관측만 제대로 했어도 뒤늦은 대책으로 허둥지둥 하다 정부의 대책과 상관 없이 배추값이 안정 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추 값이 폭등 하자 정부는 마치 정부의 역할을 보여줄 기회라도 포착한 듯이 중국 배추를 수입해 배추값을 안정 시키겠다고 발표 했지만 중국산 배추와 상관 없이 배추 값이 안정 되고 있으며 이후 기상 여건이 좋아지면서 배추의 작황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 되고 있어 오히려 김장배추를 갈아 엎는 사태를 걱정 하는 농민들도 있다는 보고다.

# 또다시 주목 되는 2010년 쌀대란
농경연 11.6% 수확량 감소 예측...현장농민은 20~30% 감소

어이없는 관측보고로 쌀대란과 배추대란을 겪어 오면서 또다시 올 가을 쌀대란이 예고 되고 있다. 이러한 쌀대란 예고는 우선 농경연의 관측보고서로부터 시작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경연은 지난 00일 2010년 쌀생산량예측 보고서를 통해 올해의 쌀 생산량이 11.6%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쌀 수확이 본격적으로 진행 되면서 농경연의 예측이 또다시 빗나가고 있다는 보고가 현장으로부터 속속 접수 되고 있다.

지난 9월 초 제7호 태풍 ‘곤파스’ 이후 좋아진 날씨로 인해 전국적으로 벼베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지만 지난 봄부터 계속된 기상대란으로 작황 상황은 형편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수확량 감소 경향은 강원 20%, 경기 20~30%, 충청 20%, 영남 20%, 호남 20~30% 정도로 알려 지고 있다.
그러나 일조부족 등의 영향으로 여물지 않은 벼 알들이 많아 도정률 또한 저조할 것으로 보여 실제적인 수확량 감소는 현장 농민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클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는 유모(47)씨는 “추청벼의 경우 15~20%, 고시히까리의 경우 30% 가까이 수확량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북 정읍의 이모(46)씨도 “후반기 날씨가 좋아 정읍 지역의 벼베기가 70%정도 진행된 상태지만 수확량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1필지(1,200평)에서 톤백 6개 나오던 논이 5개 밖에 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의 정모(41)씨도 “한 마지기(200평)당 4.5개에서 3.3개로 줄었다”면서 “정부에서는 전남북 지방의 생산량 감소를 7.5%라고 발표 했는데 현장 농민들이 그냥 웃고 만다”며 헛웃음을 치고 있다.

# 반복되는 직무유기 근절책 절실
직무유기 정책라인 쇄신으로 농정 신뢰 회복 해야

지난해 가을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 엎는 농민들을 특정 단체의 기금마련행사라고 보고 한 정책 담당자나 이를 곧이 곧대로 믿고 정책을 결정한 장태평 장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이번 배추대란을 계기로 또다시 커지고 있다. 정책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난의 목소리는 특히 장태평 전 장관에 집중 되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해 쌀대란 과정에서 장태평 장관이 보인 모습들에 대해 성토 하고 있다. 농민들의 쌀대란 항의 데모를 특정단체의 행사로 폄하 하면서 이를 청와대까지 보고한 것에 대해 분개 하고 있다. 이러한 장 장관의 왜곡된 현실 인식이 지난해 쌀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또한 “쇼 하지 말라”는 말로 농민들의 원성을 샀던 일을 거론 하면서 “안하무인 식으로 농민들을 대하는 관료도 용서할 수 없지만 농민들을 그렇게 대하도록 한 장본인이 장태평 장관”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농식품부 민연태 농산과장은 기상대란과 구제역 등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항의 하는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쇼 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 이후 민 과장은 쌀 정책을 담당 하는 식량정책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또다시 총체벼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부 일간지에서 총체벼에 관한 기사가 나가자 민연태 과장은 총체벼를 추진한 일이 없다고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 했지만 경기도 여주군에서 총체벼 신청 공문이 발견 되면서 거짓인 것으로 드러 나기도 했다.

이러한 농식품부의 행태에 대해 농식품부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고위 간부는 21일 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년동안 장태평 장관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혹평했다. 그는 장 장관의 인사 스타일을 거론 하며 “전문성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을 기용 했다”면서 “지금의 배추대란도 결국 전문성 부족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단호히 평가했다. 유정복 장관에 대해서도 그는 “특별히 기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업계 인맥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농업 보다는 정치적 행보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배추대란이라는 첫 시험대를 보기 좋게 실패한 유정복 장관이 이후 이러한 농업계 안팎의 비아냥 섞인 비난을 어떻게 극복 나갈 것인지에 대해 농업계의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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