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등이 주는 교훈

  • 입력 2010.10.11 14:3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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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비롯한 채소값 급등에 관한 기사가 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배추가격은 9월말 현재 전년대비 350%이상, 상추가격도 작년에 비해 400% 가까이 폭등하는 등 사상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채소값 폭등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책은 방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껏 내놓은 정책이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하겠다거나, 사재기를 하고 있는 중간유통인들을 다그치겠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여기에 양배추김치까지 가세하고 있다.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도 가격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야기는 경제학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에 해당한다. 4대강 사업으로 시설채소 재배지가 축소될 것이 예견되면서 채소값이 오를 것이라는 말이 작년부터 농민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지난겨울 폭설과 맹추위, 올 봄의 이상한파가 닥치면서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가격 폭등은 기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지만, 정부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채소재배 확충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취하지 않았다.

채소값 폭등에 한몫한 것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낙후된 농산물 유통시스템이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농산물 중에서 막대한 물량이 가락동시장으로 집중되고, 이렇게 집중된 물량이 다시 지역으로 전송되는 불합리한 시스템이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사이에 거대한 괴리를 낳고 있다.

또한, 전근대적인 밭떼기거래가 ‘선물거래’로 포장되고, 산지유통의 중심이 되어야 할 농협은 계약재배를 통한 생산안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현실이 채소값 폭등을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쌀값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 벌어졌을 상황은 과연 어떠할까라는 점이다. 쌀이 부족해서 배급할 상황에서는 재작년 봄 필리핀의 쌀 배급처에 질서를 유지를 위한 무장군인이 한국에도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재해에 따른 농산물생산의 변동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식량을 비롯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채소값 폭등을 우리에게 더 큰 위기에 대비하라는 경고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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