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농식품부 장관
“농정에 대한 쓴소리도 건강하게 듣고 반영하겠다”

창간 1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 입력 2010.10.05 12:0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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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정에 대한 쓴소리도 건강하게 듣고 반영하겠다”

농정당국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 개선해야
농업의 본질적인 가치 이해하는 농정 대안 필요
농협개혁 너무 길면 소모적…농업인을 위한 농협 만드는 게 핵심

지난 8월 30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취임한 유정복 장관은 이후 8.31일 쌀수급 대책 등을 발표하면서 농업정책 수장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정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과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소신과 농업정책의 방향을 묻고자 농식품부 대변인실에 공식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러나 취임 초기의 빽빽한 농식품부 공식 일정상 인터뷰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휴일인 9월 19일 경기도 김포시 ‘유정복 의원 사무실’에서 2시간 가량 대담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정복 장관과는 현장 인터뷰 이후, 지면으로 세밀한 질의와 응답을 하기로 했으나 대변인실 관계자는 일정상의 이유로 이마저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현장 인터뷰 당시의 내용만을 소개한다.

장소 : 경기도 김포시 유정복 의원 사무실
일시 : 2010년 9월 19일
진행 : 김규태 편집국장, 심증식 상무이사


▲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월 19일 김포 의원사무실에서 한국농정신문 창간 10주년 기념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규태  편집국장(이하 국장) : 취임 이후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이라고 알고 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농정신문 창간 1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먼저 감사의 말씀 전한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하 장관) : 일정상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히 얘기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느 누구라도 만나겠다.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국장 : 농업관련 단체들의 성격에 따라 소통이 원활치 못한 경우가 있다.
장관 :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단체의 성격을 불문하고 만날 계획이 있다. 농업계의 모든 의견을 듣고 충분한 수렴을 통한 농정을 수행할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불신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하는 단체라고 해서 안 만나다거나 차별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싶다.
다만 농식품부 장관에 취임한 지 3주 정도 지나 농업관련 업무를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심증식 상무이사(이하 상무이사) :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농업계의 기대가 크다. 농업문제는 대화와 조정 등의 정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행정관료 출신의 장관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 활동하듯 농민과 대화하고 농업문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관 : 한 부서의 장관으로 일 하는데 정치적이냐 행정적이냐 혹은 성향이 강하냐 유연하냐 이런 시각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자기가 맡고 있는 일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관심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농업문제에 대해 안심하고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할 뿐 출신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농업관련 단체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취임 이후 농업관련단체장 모임에서도 얘기한 바 있는데, 농업발전에 대한 목표는 똑같다고 얘기했다. 시각과 방법론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간다는 동질성을 기반하고 있다.
농관련 단체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특수성이 있어 입장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간 소통, 화합 얘기하는데 서로가 문제 있었다. 과연 진심으로 다하고 있는가 반성해야 한다. 자기와 다른 입장에 대해 비난만 할 것 아니다. 제대로 된 비난인지, 농업에 발전적인 영향을 주는지 판단해 어느 한쪽에 책임을 전가시키지 않아야 한다. 농정 뿐만 아니라 정치전반에 비난만을 일삼는 것, 국민들은 사실 짜증날 뿐이다.
이번에 9월 30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를 하는데, 우리 부처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후원한 적 없다고 하기에 왜 안하느냐고 했다. 관례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우리 스스로 당당치 못한 일이다.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후원, 격려할 수 있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다.

국장 : 이번 인터뷰를 추진하면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시도했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우리 신문의 특수성이 농식품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조직운영을 해왔던 평가를 받은만큼 합리적인 업무추진 방식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장관 : 아시다시피 나는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개인적인 계획을 세웠던 사람도 아니고, 장관자리에 연연할 사람도 아니다. 김포군수를 할 때도, 시민들이 시장에 출마시켰다. 그러나 나의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내게 맡겨졌다면 소임을 다해야 한다. 공직자의 양심을 걸고 최선 다해야 한다. 농업인들이 원하는 게 뭐고, 국민이 원하는 게 뭔가를 생각하는 게 기본이다. 변함없이 최선 다할 각오를 한다. 이 자리에 있는 한,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오늘과 같은 인터뷰 자리는 농업계 전반에 못미더운 게 많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큰 약점이 잡히고 죄가 된 일도 없고, 내정자부터 장관돼서 편견을 갖고 얘기해 본적도 없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자리를 통해 그동안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 접근하기 어려운 사정, 충분히 이해하겠다.

국장 : 지난해 쌀대란에 대해 항의하면서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농협과의 문제가 불거지는 등 현장농민들이 분노했었다. 그런데 ‘쌀대란은 없는데 불순단체의 선동에 의한 행동이고 이를 엄벌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 이 문건이 정보기관, 경찰서, 청와대까지 보고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지금까지 전농은 대화상대 자체가 아니었다. 불순단체로 지목되어 전농 뿐 아니라 전농과 관련을 맺고 있는 타 단체까지 패널티를 받았다.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서약서 등을 써야만 정부지원이 유지되는 등 농민단체와 농정 당국간의 불신이 많이 쌓였다.
장관 : 정부정책도 그렇고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없으면 더 이상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얘기고, 당당히 주장하고 현실을 이해하면서 존중하는 모습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나온 얘기처럼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가 우호적인 단체와 비판적인 단체를 갈라서 정책수단화 하는 방법으로 예산과 정책을 활용한다면 문제가 있다. 정부의 권력과 자금은 개인 것도, 장관 것도 아니다.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 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투표로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모든 정책을 펼 때 나를 지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지향을 생각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이 모든 것 내 것 아니다. 내 맘대로 정치적으로 판단한다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권력 기반의 사유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정책이란 것은 정부와 청와대 등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농식품부 장관의 진정성을 갖고 소임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적 시각에서, 혹은 농민단체들의 불신을 받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기로부터 문제점을 짚어 생각하면 풀어가기 쉽다.
우리 부 직원들에게도 말했다. 상식적인 업무를 하는 게 공무원이다. 편견 갖지 말고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

상무이사 : 지난 해에 이어 쌀문제가 가장 화두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쌀지원이 중단되면서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없었기에 이 정권의 쌀정책은 실패했다고 본다.
그러나 정책책임자들이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농정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사례 아닌가?
장관 : 이전 농정책임자들에 대한 불신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고 적합하지 않다. 보기에 따라서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장관 취임 이전에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쌀문제를 해결할 모든 대책을 다 꺼내놓으라고 했고, 심도 있는 논의과정을 거쳐 8.31대책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쌀문제를 해결할 TF팀을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하고 안 되면 또 내년까지라도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준비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 농정의 대안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기 간과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 주면 함께 고민하겠다.
지금까지 농업분야에 대해 깊은 고민은 부족하겠지만, 농업에 대한 이해도와 방향성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고 있다. 대충 보고만 받는 장관이 아니라는 것, 형식논리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농식품부 내부에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장관 취임한지 3주 됐다.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뭐가 있었냐고 질문한다면 섭섭하다.

상무이사 :정부산하 농협개혁위원회가 작년에 결성돼 농협개혁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정부안을 별도로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했다. 농정의 불신 문제를 해결하자고 농업계 각층에서 구성한 개혁위원회 안을 정부에서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식이면 거버넌스가 무슨 필요가 있겠나. 농협법 개정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같이 고민해 달라.
장관 : 농협개혁 문제는 너무 길게 끌면 비효율성이 너무 크다. 농협 조직도 안정화 안 되고, 정치적인 공방전이 되면 힘만 소모될 뿐이다. 소상하게 잘 모르지만, 큰 틀에서 검토한 것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니까 농업인을 위한 농협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큰 목표 하나만을 생각하고, 세세한 문제는 협의, 논의해야 한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본질적인 우리 목표, 농업인 위하고 국민위한 것 하나만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게 잘못되면 우리가 반성하고 질책하고 비판해야 하는 것이고 그 외의 곁가지까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정부가 우선 잘해야 하고, 각종 농관련 단체, 유관기관, 농민까지 모두 같은 생각 가지고 해 나간다면 어려움 있지만 본질적 목표를 이뤄나가는 데 많은 부분 성과 있을 것이다.

국장 : 작년 쌀대란 겪으면서 농식품부에서 다양한 계획이 나왔다. 이번 8.31 쌀수급대책을 보면 농지규제 완화안이 있어 우려된다. 농업을 상품으로만 볼 것인지 국가 안보차원에서 볼 것인지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관 : 경자유전은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농업의 식량안보 측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인 것이 훼손되면 안 된다. 그러나 농지전용 문제는 절차적 간소화의 측면이 있다. 내가 김포군수 시절 김포 사우지구 개발 사업을 했는데, 절차가 복잡해 효율적이지 못했다. 이 부분을 풀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
또 한편,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의 유일한 자산이다. 절대농지로 묶어두면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농지문제는 국가적 큰 숙제이다. 형평에 맞고 자산에 맞게 유용하려면 차단만 하면 안 된다. 다만 농지의 중요성 있으므로, 국가의 큰 틀 속에서 논의 돼야 한다. 농지전용완화문제는 절차적으로 간소화 하되, 향후 큰 틀에서 농지를 보존하면서도 어떻게 효율성을 높일지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8.31대책 농지규제 완화 문제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내 취지를 충분한 이해하지 못해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장 : 전쟁터 같은 농업계 진출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농식품부 장관 이후의 행보에 대해 어떤 계획가지고 있는지.
장관 :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장관 역할에만 충실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거취문제 같은 것은 생각 안한다.
그리고 어려운 곳에 들어와서 일하는 게 보람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인 것 얘기하면 농업인들께 실망을 드릴수도 있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지금 관심 있는 것은 장관 직책을 제대로 수행해서 농정신뢰를 받는 게 유일한 목표다. 평가는 그 이후의 문제다. 사람이 1년 살고 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일복 많은 사람이라 하루하루가 바쁜데 나를 보고 사람들이 여유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평가는 나중 문제라고 생각해 지금 초조하고 안절부절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농업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소임 다하는 장관의 자세도 아니다. 평소 새벽 5시 30분에 맞춰 놓은 알람시간을 1시간 당겨 4시30분으로 바꿨다. 할 일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 농업발전 위해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욕심 외에는 고민하는 것은 없다.

상무이사 : 정치인 장관에 대한 기대란 농업계의 다양한 소리를 모아내는 것이다. 그런 측면의 기대가 크고 또 앞으로 방향을 잘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장관 : 방향성에 대해 착오를 일으킨다 싶으면 언제라도 얘기해 달라. 나는 약속한 것은 지키는 사람이다. 전농 의장과도 언제라도 얘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가 있는 한 차별은 없다.
농식품부 직원들도 그런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하겠다. 장관의 뜻을 이해하고, 농업발전이 지상목표가 되도록 하겠다. 

<정리 :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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