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차 FAO 아태 총회,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려나!

  • 입력 2010.10.04 15:45
  • 기자명 구점숙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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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경주에서 FA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가 있었다. FAO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45년에 설립된 UN 전문기구로서 홀수 해에는 세계총회를 열고 짝수 해에는 지역총회를 열어 식량과 농업에 관한 다양한 의제를 가지고 논의해 오고 있다. 물론 논의 수준만큼 빈곤이나 기아문제가 잘 해결되어온 것 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FAO의 발전적 논의결과들도 실제 각 국에서는

▲ 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이행을 하지 않을뿐더러 보고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쨌건 FAO 내에는 성장주의적 관점과 산업화된 관점, 그리고 생태학적 관점, 농민들과 어민 등 생산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관점 등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농업을 둘러싼 환경과 또 여러 단위의 정치적 힘에 의해서 방향성이 결정되곤 해왔다. 물론 강대국의 논리를 중심으로 흘러온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07년과 2008년의 세계 식량위기는 국제 농업기구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 또 한 편으로는 금융위기로 인해 실물경제에 대한 투기바람이 불어 전례 없이 FAO가 투기자본들의 로비장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기에 작년에 정부와 경북도가 나서서 FAO 아태지역 총회를 경주에 유치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농업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행태로 볼 때 FAO 유치의 전략적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국제회의를 한국에 유치하게 되면 얻는 유명세? 그것도 아니면 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 강화? 그것이 아니라 순수한 의미에서 아시아지역의 빈곤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던가?

역내에서 빈곤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들의 협력과 공여,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 이행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새마을 운동과 녹색혁명으로 극복하겠다는 대안 제시는 얼토당토 않은 것이다. 현재 국제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유무역의 문제, 선진국들의 농업보조금이 가난한 나라의 생존권을 빼앗고, 해외농지개발의 이면과 바이오에너지가 기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진실은 감추고 애오라지 근면과 자조, 협동으로 가난을 극복했다는 이야기는 거꾸로 기아에 노출된 나라는 게을러서 그랬단 말인가?

FAO와 IFAD(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 등 국제 농업기구의 총회장에는 그와 대응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포럼을 같이 준비한다. 왜냐하면 농업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당사국 회의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진영의 목소리도 다뤄지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지난 4월부터 국내에서도 각 농민단체가 함께 모여 이번 FAO 아태총회에서 CSO 국내 실행위원회를 잘 구성해서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농업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내고 이후 국내농업을 지켜내기 위한 국민적 네트워크로 활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국내 실행위원회 구성이 확대되는 것이 어려웠으며 기왕에 CSO의 소속단체도 배제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정부는 FAO 총회를 유치하면서도 NGO부분의 참석에 대해서는 애당초 눈과 귀를 닫았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한데 이번 FAO 아태총회 CSO포럼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비자발급에 5일이 걸려 참석하지 못한 해외 참가자는 물론이고 국내 참가자도 열손가락도 채 안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의 참가자들이 어떠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들으려 했던 농식품부 관계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한국 내 실행위원회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던 농협도 왜 여기에 개입되었는지 모르겠다며 값비싼 저녁식사를 제공했다고 굳이 자랑해 마지않는 자세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으면 알려고 노력을 해보시고 부당하게 느껴지면 참석을 마시지 농식품부의 의도대로 다르면서도 불만스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바라보는 농민들의 입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의 대접으로는 너무나 옹색한 쵸코파이와 1회용 믹스커피로 커피 타임을 마련하는 것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지난번 로마의 IFAD 총회의 농민포럼에 이탈리아 총리가 참석해서 농민단체 대표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격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FAO 아태총회를 바라보며 우리정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농업정책도 그러하거니와 4대강이던 기후변화가 원인이든 배추값이 금값이 되고 있는 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그 여론의 폭탄을 직접 맞고 있으면서도 기후변화와 농업위기, 투자와 무역, 식량농업 거버넌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이 어찌 한심스럽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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