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입력 2010.09.13 13:3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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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추석을 앞두고 구매 시기와 장소에 따라 농수산물 가격이 차이가 있는 만큼 품목별 최적의 구매시점과 장소 등을 조사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달라”라고 관계부처에 지시 했다. 소위 추석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올 초부터 계속된 기상이변에 이어 태풍과 잦은 비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상당히 부진하다. 그래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 대통령의 물가 안정 대책이 소비자에게 가격 정보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어느 여당의원은 대통령이 경제를 너무 모른다. 물가를 보는 시각이 기업체의 구매과장의 수준으로 보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농업을 너무 모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대통령이 농업문제를 깊이 있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그 영향력이 막중하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

대통령은 쌀 문제 해법으로 쌀국수를 제안 했고, 베트남 방문 후에는 베트남에서 유행하는 쌀 종이를 획기적 대안인양 이야기 했다. 그 후 관계기관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의 연구 성과물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번 추석 물가 대책 발표 후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지역단위 별로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역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이러한 가격 정보 제공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저가 경쟁으로 그 피해가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까 하는 것이다. 이미 대형 마트에서 저 가미 공세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간 바 있다. 

지금 농산물 가격이 높다고는 하지만 체감 작황이 예년의 절반을 밑돌고 있으며, 기상이변으로 영농비는 2배 이상 들어가고 있다고 농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농산물 가격이 높아도 팔 것이 없어 실제 소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농민들의 현실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오른 농산물 가격을 잡으려고 만 할 것이 아니라 생산비를 절감 할 수 있는 대책과 지원이 있어야한다. 뿐만 아니라 기상 이변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과 보상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대통령의 근시안적 물가대책에 농민들이 엉뚱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신중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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