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쌀 대책”

  • 입력 2010.09.06 13:1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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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 2일만에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골자로 예상소비량 392만 톤 이상 생산되는 물량을 전부 매입한다는 것과 소비촉진을 위해 가공 산업 육성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2011년 이후 쌀 생산 감축 계획으로 타 작목 재배 지원과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매입 그리고 농지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그간 농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누가 뭐래도 쌀 문제이다. 그래서 신임 농식품부 장관의 취임을 즈음하여 쌀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된 쌀 대책은 속빈 강정에 불과해 농민들의 실망과 원성이 자자하다.

올해 수확기 쌀값안정을 위한 소비량을 초과하는 물량의 전량수매는 말은 그럴싸한데 효과는 폭락한 쌀값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차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해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잘 시행 된다고 하여도 작년 수확기 대비 2%정도의 가격상승 효과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농협RPC협의회에서는 올 쌀 매입을 수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선도금으로 3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 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수탁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시가 수매, 시가 판매하는 수탁 수매는 그간 수매가를 결정해서 하는 수매 방식과 달리 가격지지 효과가 전혀 없고 더구나 낮은 선도금으로 인하여 수확기 쌀값 폭락을 선도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을 통하여 쌀을 아무리 많이 수매해도 적정한 가격을 보장 해 주지 않는 이상 산지 쌀값이 오를 수 없다.  아울러 이번에 제시한 소비 촉진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획기적 대책인양 쌀국수, 쌀종이를 주장했지만 그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없다. 쌀 소비촉진은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한 타 작목 재배 지원 정책은 이미 올해 실시하여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이 난 것으로 개선책도 없이 다시 들고 나온 이유를 알 수 없다. 전환 작물의 가격을 보장해 주지 않은 마당에 1ha에 30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쉽게 작목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올해 확인 되었다.

타 작목 전환 시에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하고, 수입 대체 효과가 있는 두태류나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할 경우 정부가 가격을 보장해 주는 등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대책이 같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내년에도 농민들에게 외면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농지규제완화책은 쌀 문제를 빙자해서 농지전용을 자유롭게 해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하고 더불어 농지 훼손을 촉진시키려는 의도로 이번 발표한 대책 중에서 가장 위험한 대책이다. 정부가 제시한 계획관리지역안 농지 48만ha의 농지전용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 하여 농지전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쌀 재배면적의 50%에 달하는 농지의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그나마 자급하고 있는 쌀마저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농지는 한번 훼손 되면 다시 복원 시킬 수 없다. 임기응변식 대책으로 농지문제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쌀 재고량이 적정량의 2배를 초과하는 상황을 해소하지 않는 한 수확기 쌀값의 폭락을 막기 어렵다. 정부가 구곡을 특별 처분한다고 하나 일시에 많은 물량이 계획한대로 처분 될지도 의문이다.

결국 쌀값의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완전한 시장격리가 절실하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북 지원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대북지원이 빠진 쌀 대책은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쌀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식량난을 격고 있다. 쌀이 남아돌고 묵은쌀로 인한 관리비용은 급증하고 있는 지금 대북 지원을 막고 있으니 국제원조는 거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결단을 내려 대북 지원을 재개하고 더불어 대외원조도 추진해야한다.

정부는 현안을 해결함에 있어서 대증요법이 아니라 전반적인 식량자급에 대한 전략 속에서 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는 올 4월부터 시작한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으로 곡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수확에 차질이 생겨 비상체제에 돌입 했다. 이러한 세계적 식량 위기 속에서 우리가 식량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쌀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 대책은 장기적 식량 자급의 전략 속에서 항구적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한다. 아울러 통일을 대비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수사만 화려했지 장기적 전망은커녕 효과도 불확실하다. “대책 없는 쌀 대책”이라는 현장농민들의 비아냥거림을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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